수익성 고민 깊어지는 은행권…1년새 주담대 고정금리 0.8%p↓
수익성 고민 깊어지는 은행권…1년새 주담대 고정금리 0.8%p↓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2.25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동금리 역전 심화, 고정형 대출 쏠림현상 나타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수익성에 대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1년 전보다 0.8%포인트 떨어진 가운데 고정형 대출로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1년 만에 0.62∼0.81%포인트 하락했다.

가장 하락 폭이 큰 곳은 농협은행이었다.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89∼4.23%로, 딱 1년 전인 지난해 2월 26일 3.70∼5.04% 대비 0.81%포인트 낮아졌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28일 고정금리 상단이 4.15%까지 떨어진 뒤 가산금리를 9bp(1bp=0.01%포인트) 인상해 그나마 1년 전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고정금리 상단이 가장 낮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25일자 고정금리 범위는 3.05∼4.05%로, 4%대에 간신히 발을 걸친 상태다. 지난해 2월 26일(3.76∼4.76%) 대비 0.71%포인트 떨어졌다.

하단이 가장 낮은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 26일 3.54∼5.04%였던 고정금리가 2.83∼4.33%로 0.71%포인트 빠졌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고정금리는 3.81∼4.92%에서 3.09∼4.20%로 0.72%포인트 하락했고 하나은행은 3.669∼4.869%에서 3.050∼4.250%로 0.619%포인트 내렸다.

이처럼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진 배경에는 시중금리 하락이 있다. 이들 고정금리는 모두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는 지난 22일 기준 2.052%에 머물렀다.

지난해 2월 26일 금융채 금리가 2.724%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참 내린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연달아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시중금리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급선회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문구가 빠졌고 위원 대다수가 보유자산 축소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경기 상황이 나쁜 탓에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처럼 고정금리는 계속 바닥을 맴도는 가운데 수신금리와 연동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계속 오르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역전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통 금리 인상기 초반에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

차주 입장에서는 적용금리는 높되 안정적인 고정형 대출을 받을지, 당장 금리는 낮지만 위험성이 큰 변동형 대출을 받을지 선택했어야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 같은 기조가 뒤집어졌고 은행 고객은 안정적이고 금리도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2월 24.3%에서 지난해 12월 35.2%로 10개월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문제는 은행 입장에서 고객들이 고정금리 상품으로 몰리는 것이 과히 반갑지 않다는 점이다.

차주 입장에서 낮은 금리와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은 반대로 은행이 수익성이 낮은 상품의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