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이전론 확산…전주·부산 금융중심지로 급부상
국책은행 지방이전론 확산…전주·부산 금융중심지로 급부상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2.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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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 움직임 포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범여권을 중심으로 포착됐다.

이전 대상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전라북도와 부산이다. 전북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3금융중심지조성 사업을 약속한 곳이고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은 내년 총선 때 격전이 예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전북혁신도시로 옮기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민평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지역 의원들이 대거 서명했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시·완주군에 걸쳐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을 제3금융중심지로 만드는 사업이 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겨 있다.

김 의원은 “산은·수은 본점을 전북에 두도록 함으로써 전북의 금융 인프라 조성 및 육성에 기여하고 나아가 수도권과 지역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국가균형발전 실현에 이바지”하려는 게 개정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의 부산 지역 의원들은 산은과 수은의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현행 한은법·산은법·수은법·기은법은 서울에 본점을 둔다고 규정돼 있는데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 법에서 이런 규정을 삭제하고 필요한 곳에 본점을 둘 수 있도록 한 개정안들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의원들의 행보가 국가균형발전이나 금융산업 경쟁력을 위한 것이 아닌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표심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은 제2금융중심지로 지정 된지 10년째를 맞았지만 금융공공기관만 있고, 국제금융은 없다는 자조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기술보증기금·예탁결제원·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 등이 문현금융단지에 강제 이전된 게 전부라는 것이다.

전주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옮겨가자 핵심인력들이 빠져나갔고, 기금운용수익률은 하락했다. 지방 이전을 전후한 2016∼2017년 기금운용본부 인력이 20% 넘게 이탈했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이다.

산은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일부 의원들이 추진 중인 지방이전은 합리적인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지역이기주의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시티오브런던이나 미국 월스트리트를 예로 들어 “금융중심지는 금융사들이 스스로 모여들어야 생기는 것이지, 이름만 금융중심지로 지정한다고, 금융사 몇 개를 강제로 보낸다고 해서 절대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관들과 이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에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은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서울에 있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소집해 전북혁신도시를 제3금융중심지로 선정할지 결론을 내린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