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전병헌, 1심서 징역 5년…법정구속 면해
‘금품수수’ 전병헌, 1심서 징역 5년…법정구속 면해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2.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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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등 혐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
“죄질 나빠…불구속 상태에서 항소하는 게 타당”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1일 전 전 수석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3억5000만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관 부처와 관련된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중단하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 죄질이 좋지 않고 뇌물액도 크다”며 “직권남용 범행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쉽게 지우지 못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서관이나 협회 직원이 저지른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하지만, 의원실의 최고 책임자로서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 전 수석이 의원일 때 재직했던 보좌진 4명이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점을 거론하면서 “깊이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해 다퉈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구속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 시절 롯데홈쇼핑, GS홈쇼핑, KT 등의 기업들이 e스포츠협회에 총 5억5000만원을 기부하거나 후원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당시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e스포츠협회에 20억원가량의 예산이 배정되게 한 혐의, 협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해 현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GS홈쇼핑과 KT가 e스포츠협회에 건넨 2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전 전 수석에게 제삼자 뇌물수수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다만 롯데홈쇼핑이 건넨 3억원에 대해서는 제삼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롯데홈쇼핑 측이 방송 재승인을 받아야 했고, 전 전 수석도 강현구 당시 롯데홈쇼핑 사장을 두 차례 만나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됐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비서관에게 보고받는 과정에서 재승인 관련 문제제기를 중단해달라는 등 부정한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대가로 협회 주관 대회에 3억원이 후원되는 사정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전 전 수석이 강현구 전 사장에게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받은 것과 관련해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봤다.

기재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선 “정무수석이 여‧야 정치권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예산 관련 업무는 정무수석의 일반 직무에 포함된다”면서 “그런 정무수석이 구체성과 집행계획 등이 결여된 사업의 예산을 편성하도록 기재부를 압박한 것은 직무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e스포츠협회 자금으로 부인의 여행 경비나 의원실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한 혐의와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을 마친 전 전 수석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검찰의 억지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 같아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즉시 항소해 검찰의 억지 수사를 밝혀내고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전 수석과 공모해 후원금을 요구하고 e스포츠협회 돈을 횡령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비서관 윤모씨는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그는 보석이 취소돼 구속됐다.

전 전 수석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은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