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잃은 현대상선 어디로…유창근 사장 사퇴에 ‘어수선’
수장 잃은 현대상선 어디로…유창근 사장 사퇴에 ‘어수선’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2.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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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기 연속 적자 ‘책임론’에 산銀 압박 더해진 듯
증권가 “자본잠식 우려”…글로벌 공급과잉·유류비 증가 ‘악재’
(사진=현대상선)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이 연이은 적자에 따른 자본잠식 우려와 글로벌 공급과잉 등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유창근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 발표로 어수선하다. 기업의 유동성이 최악인 상황에서 책임론과 산업은행의 압박이 유 사장의 사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예상치 못한 유 사장의 사임 소식에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완전 자본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고경영자(CEO)의 발 빠른 결정이 필요한 때라 더욱 아쉽다는 분위기다.

유창근 사장은 지난해 3년 연임에 성공하며 3차례 현대상선 대표를 역임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상선 자회사인 해영선박 대표를 지냈고, 2012~2016년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일하다 현대상선으로 복귀했다. 이후 2016~2018년 다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간 유 사장은 부산 신항 4부두 운영권을 되찾아오고, 화주 신뢰 회복에 힘쓴 결과 물동량 50% 가량을 확대하는 등 현대상선의 재건을 진두지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5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유 사장의 책임론이 거론됐다. 현대상선은 2010년 5896억원 흑자 이후 2011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현대상선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만 봐도 5765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커졌고, 당기순손실도 8083억원으로 전년대비 32.1% 늘었다. 

정부가 2015년 이후 진행된 해운업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 1위 한진해운 대신 2위 현대상선을 살려놨지만, 계속해서 적자를 면치 못하자 산은이 임원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산은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의 해외 부문 담당 임직원 13명에 대해 구두 경고 등 무더기 징계를 내리는가 하면, 올해 초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기구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최근에는 현대상선에 한진해운 출신 인력들을 투입해 내부 분위기도 다잡고 있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를 바탕으로 낸 보고서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정부 지원이 없으면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증권가도 오는 2022년까지 현대상선이 부족한 자금은 최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수조원이 투입된 현대상선에 또 다시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 브렉시트 이슈, 미중 무역 분쟁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으로 물동량 변동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이란 제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협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인한 저유황유 수요증가 등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와 지역별 경쟁 격화로 인한 낮은 운임비 등도 악재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퇴발표를 두고 내부에서는 산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앞으로 CEO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어서 후보를 선임한 뒤 이사회를 통해 결정이 나고 오는 3월 주주총회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