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뒷담'도 직장 내 괴롭힘…정부 매뉴얼 공개
'카톡 뒷담'도 직장 내 괴롭힘…정부 매뉴얼 공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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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위이용·업무범위초과·피해자 능력 지장 등 조건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 직장인 A씨는 선배 B씨 때문에 며칠째 고생 중이다. 근래 B씨가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적으로 요구한 탓이다. 실제로 A씨는 반복되는 요구에도 술자리를 만들지 않아 시말서와 사유서를 써야 했다.

# 신입사원인 C씨는 팀장 D씨에게 밉보인 탓에 직장 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받고 있다. D씨는 C씨가 회사를 그만두게 하려고 다른 직원들에게 그를 따돌리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실수를 가장해 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위의 두 사례는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상황들이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것을 고려해 판단 기준과 예방·대응 체계에 관한 매뉴얼을 21일 발표했다.

개정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때는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까지 발생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조건을 살펴보면 우선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경우여야 한다. 이때 우위는 높은 직위·직급을 비롯해 나이, 학벌, 성별, 출신, 근속연수 등을 포함한다. 노동자 조직 소속 여부와 정규직 여부 등도 해당된다.

또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야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도를 넘어선 업무 지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직접적인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수행에 편승해 괴롭힘 행위가 이뤄졌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해 발생한 경우에도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하는 결과를 낳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다. 노동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포함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는 반드시 사업장이 아니라 사내 메신저, 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음주, 흡연, 회식 참가 강요와 인터넷이나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행위 등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 규정된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사업장에서는 취업규직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취업규칙에 반영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취업규칙 표준안은 1년 1회 이상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회사에 대한 신고와 조사,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가해자 징계 등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매뉴얼에 수록된 취업규칙 표준안을 참고해 작성하면 된다. 다만 사업장 상황에 맞는 체계를 설계해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가 피해사실이 없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행위자에 대한 재발방지조치, 전반적인 조직문화·제도의 개선 등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