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재편에 무게…현대오토에버 상장은 ‘신호탄’
현대차 지배구조 재편에 무게…현대오토에버 상장은 ‘신호탄’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2.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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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계열사 정리 속도…지난해 무산된 지주사 전환 다시 노력
정의선 부회장 지배력 제고…지분 팔아 핵심 모비스 주식 살 수도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시스템통합(SI) 업체 현대오토에버가 증시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예고했다. 현대오토에버를 상장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 무산된 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이달 1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기업공개(IPO)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정보통신기술(IT) 전문회사다. 이 회사는 IT서비스, 시스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돼 자동차, 건설, 물류, 금융 등 다양한 산업군의 SI, 시스템운영(SM)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해왔다.

현대오토에버의 실적은 지난 2017년 기준 매출 1조4733억원, 영업이익 730억원을 기록하며 견고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후 시가 총액은 8400억원에서 924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추진은 자동차 제조업과 IT를 결합한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이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사전예고도 없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사업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하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실패를 겪은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와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90.32%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는 현대차(28.96%),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19.46%), 기아차(19.37%), 현대모비스(19.37%), 현대건설(2.21%), 현대엔지니어링(0.63%), 현대스틸산업(0.32%) 등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지분을 매각한 뒤 경영승계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정 부회장 지분율이 19.46%에 달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오토에버 공모 주식수는 모두 351만주로, 일본공모 280만8000주와 우리사주조합 배정 70만2000주 등이다. 신주 모집 34만7580주와 구주매출 316만2420주로 구성돼 있다.

구주매출 가운데 정 부회장의 보유 주식 수는 201만주로, 비율은 약 63.6%다. 현대오토에버 상장 이후에는 201만주의 보통주를 보유하게 돼 9.57%로 지분율이 감소한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에 근접한 지분율 보유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규제 대상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으로 최소 804억원에서 최고 884억4000만원을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오토에버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도 지분차익을 내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주력 계열사 기업공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정 부회장이 현대오토에버 상장 후 나머지 보유지분을 팔아 그룹 내 핵심인 현대모비스 주식을 늘리는 방향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