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형조선사 지원이 필요한 이유
[기자수첩] 중형조선사 지원이 필요한 이유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2.20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1월 중형조선사를 지원하겠다는 정부 지원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기대를 했지만, 이후 현장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도 턱없이 부족해요. 조선업이 1강 체제로 구조개편이 이뤄질 경우 중형조선사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거 같아 막막합니다”

최근 만난 한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두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는 “중형조선사의 처지가 바람 앞에 등불이나 마찬가지”라며 짧은 말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7년 만에 중국을 꺾고 1위로 올라서고, 최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본격화되는 등 국내 조선업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여전히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곳이 있다.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중형조선사가 오버랩(Overlap) 된다.

이들 조선사들은 글로벌 중형조선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상당수가 고사 직전의 위기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실제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의 ‘중형조선사 2018년도와 2018년 4분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소의 수주량은 54만7000CGT로 2017년에 비해 18.0% 감소했다. 

수주액도 10억8000만달러로 추정돼 전년 12억5000만달러에 비해 13.7%가 감소했다. 이는 최근 9년간 수주액 기록에서 2번째로 낮은 수치로 가장 높았던 2013년 42억2000만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대표적인 중형조선사인 STX조선해양은 2016년 11월 회생절차개시 결정 이후 예정된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회생채권 중 일부를 조기에 변제해 2017년 7월 회생절차종결 결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 협약을 체결 후 재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부터 법정관리하에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며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현지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등으로 완전 자본잠식이 발생해 주식시장에서 지난 13일 거래가 정지됐다. 

정부가 조선업 체질개편을 골자로 추진하는 ‘빅딜’에 앞서 중형조선사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 조선업이 더욱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업계를 뒷받침 하는 중형조선사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대형조선사를 중심으로 한 구조 개편은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겠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려면 중형조선사의 경쟁력은 반드시 더해져야 한다.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