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정상회담 '빈손' 지적 의식했다는 분석
완전한 비핵화 단계적 접근법 암시일 수도
백악관 "우리 목표 변한 것이 없다" 선 그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여 앞두고 또 '속도조절론'을 언급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게 없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게 없다'는 언급을 5번이나 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도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론을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낙관론을 견지하면서도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날 북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하노이로 출국하는 등 북미 의제 협상과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속도조절론'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낸 셈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언급하는 것을 두고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이 북미간 일종의 '정치적 선언'으로 귀결되며 미국 조야에서 '빈손회담'이라는 지적이 불거진 점을 의식해 일부러 목표 기대치를 낮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기존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동결'으로 낮출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2차 회담까지 물리적으로 협상 시간이 충분치 않은데다 아직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이 상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ICBM 폐기 등을 통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감소시키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 내 정치 지형에서 위기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2차 회담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하는 상황인 만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암시하는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날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서두르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의 목표와 관련해 변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하노이로 출발한 비건 특별대표는 도착 후 현지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만나 비핵화-상응조치의 핵심 의제와 정상회담 합의문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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