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대구 목욕탕 건물 화재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대구 목욕탕 건물 화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19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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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사망·70여명 중경상…107가구 주민 옥상 대피
19일 오전 불이 난 대구시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에서 소방당국이 화재·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불이 난 대구시 중구 포정동 한 사우나 건물에서 소방당국이 화재·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7시를 조금 지난 시각. 대구 도심에서 아찔한 화재가 발생했다.

7층 규모 대구시 중구 포정동 한 건물에서 불길이 일어난 것. 이 건물은 1~2층은 상가가 들어서 있고 5층 이상은 아파트로 사용돼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불은 건물 4층에 위치한 목욕탕에서 발생했다. 화재 당시 4층 목욕탕에는 남녀 20여명이 있었다.

평화롭던 목욕탕은 복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연기가 탕 내부로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손님들은 대부분 얼굴에 수건 등을 감고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대피했다.

연기는 목욕탕 층을 넘어서 건물 전체를 삼켰다.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시커먼 연기로 휩싸인 창밖을 보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해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복도로 나왔을 때는 아래층으로 이미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불길이 번져있었다. 이에 시민들은 무리한 탈출을 하는 대신 옥상으로 신속히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대피방송이나 비상알림을 듣지 않은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매캐한 냄새나 연기로 화재를 알아채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

한 주민은 "대피방송도 비상 알람도 전혀 안 들렸다"며 "그때 창밖을 보지 않았으면 불이 난 줄 모르고 피해를 봤을 것"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현장에 있던 7층 주민 10여명은 옥상에서 소방대를 기다렸다. 차분하고 재빠른 판단 덕에 이들은 모두 큰 부상 없이 무사히 구조됐다

대구 소방은 이날 오전 7시11분 최초 화재 발생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소방대원과 소방차 50여대가 긴급 출동해 20분 만인 7시30분께 불길을 완전히 잡는데 성공했다.

건물 규모와 거주자 수를 고려할 때 이번 화재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으나, 빠른 초동 조치로 피해를 줄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망자는 나왔다.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남성 2명이 남탕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외에 중상 3명에 연기흡입 69명 등 사상자 74명이 발생했다.

이 건물은 40년 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3층까지 있고 4층 이상은 없어 재빨리 불은 껐지만 인명 피해가 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진단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목격자 진술 등을 고려하면 불길은 4층 사우나 남탕 입구 구두 닦는 곳 근처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숨진 이들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현장 감식을 할 예정"이라면서 "건물 안전 및 소방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