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과 1억달러 물품 계약‘화제'
UN과 1억달러 물품 계약‘화제'
  • 최경녀기자
  • 승인 2009.01.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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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5명 국내 中企 해외 유명기업 제치고 최종 계약
(주)캬라반 이에스, 평화유지활동 조립식 구조물 납품

직원이 15명에 불과한 한국의 중소기업이 UN과 무려 1억달러의 물품 계약을 성사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주)캬라반 이에스의 권혁종(54) 대표. 권 대표는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본부에 평화유지활동에 필요한 조립식 구조물 국제설계입찰에 참여해 최종 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이 유엔 산하 기구와 물품 조달 계약을 맺은 사례는 여러번 있지만 유엔본부의 국제설계입찰에 참여해 개가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계약은 해외 유명기업들이 포함된 세계 30개국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3년에 걸친 엄정한 심사끝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캬라반 이에스가 공급하는 조립식구조물은 군 막사나 비행기격납고 등에 사용하는 초대형 특수천막으로 높이와 너비만 십수미터에 이른다.

마치 비닐하우스처럼 생겼지만 영하 수십도의 강추위와 혹서, 시속 240km의 강풍을 견디는 놀라운 내구성과 보온을 위한 열콘트롤 특허기술이 가미됐다.

올 4월 첫 선적분을 시작으로 앞으로 3년간 총 1억달러의 구조물이 유엔본부를 통해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지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유엔과의 계약은 해외조달시장중에서도 그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캬라반 이에스가 국제입찰서류를 제출한 것은 2006년 1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년이 흐른 지난해 4월 공급업체 선정이라는 낭보를 들었지만 이후 7개월에 걸친 엄정한 실사와 협의과정을 통해 구랍 23일 마침내 정식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권혁종 대표는 “미국과 이탈리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유엔 실사단이 생산라인부터 실제조립, 설치, 포장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수 한 끝에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박인국 대사를 비롯, 참사관과 서기관 등 유엔대표부로부터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직원수가 15명에 불과한 캬라반 이에스가 그처럼 험난한 과정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분야에 관한 권 대표의 전문성과 관계사와의 끈끈한 협조관계 구축 등 그간의 운영 실적덕분이었다.

경희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80년대 산업용 직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KTI 기획실에서연구개발과 생산관리를 하면서 기본 지식을 쌓았고 설계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3년 특수천막을 생산하는 미국의 IPG의 기술고문 겸 아시아대표로 위촉됐다.

2005년 1월 캬라반 이에스를 설립한 그는 지금까지 4차례 유엔의 입찰에 참여, 모두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간 유엔에 야외위생설비, 평화유지군 전기설비 등 총 3500만달러의 물품을 공급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에 대박을 터뜨린 셈이 됐다.

최근에도 3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입찰에 참여하는 등 해외조달시장에서 카랴반이에스의 활약은 눈에 띈다.

캬라반 이에스는 하나의 계약이 발주되면 프레임업체, 전기설계업체 등 파트너십관계인 7개의 회사와 동시에 움직인다.

권혁종 대표는 필요시 가동되는 합체로봇의 콘트롤타워인셈이다.

또한 중국 청도와 동관 등 7개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물품을 발주한다.

그러나 이번에 공급하는 구조물은 더욱 완벽을 기하기 위해 한국의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본사 직원들도 27명으로 늘렸다.

권 대표는 해외조달시장이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개척할만한 블루오션이라고 적극 권장한다.

유엔의 경우 100% 소비기능만 갖고 있어 볼펜부터 비행기까지 수많은 물품들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이다.

해외조달시장의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무려 35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조달시장을 고려하면 연간 100억달러 규모인 유엔은 차라리 왜소해 보인다.

이들 해외조달시장은 대기업이라고 특별히 유리한 점이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신속한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중소기업이 유리하고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갖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품공급을 위한 자금 마련 등 금융 문제가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중소기업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유엔 등 해외조달시장의 심사과정을 통과하면 그것만으로도 금융이 가능하기때문이다.

이때문에 유엔 관계자가 캬라반 이에스가 입찰을 따내고도 번번이 국내은행들로부터 “뭐하는 회사냐. 믿을 수 없다”는 냉대속에 자금마련에 애를 먹는다는 얘기에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이해가 안간다.

어떻게 유엔이 철저한 심사끝에 선정한 업체를 못믿는다고 하냐”고 어이없어 했다는 후문이다.

권 대표는 “유엔과 계약하면 10%의 이행보험금을 예치해야 하고 생산라인가동 등 기본 자금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수출보험공사가 보험을 들어준 적이 없어서 번번이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성남지점장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그간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해 한 그는 “해외조달시장은 천문학적 규모의 블루오션이지만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입찰에 성공해도 항상 금융의 어려움을 겪는다.

더 많은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외조달시장만 특례로 다뤄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