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한국 철강…지난해 수출 中·日에 뒤처져
고개 숙인 한국 철강…지난해 수출 中·日에 뒤처져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2.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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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월 수출물량 243만t…지난해比 24.8% 감소
中 -7.3%·日 -0.7%…트럼프 232조 관세 ‘최대’ 피해국
(사진=현대제철)
(사진=현대제철)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잇따라 부과되고 유럽연합(EU)까지 세이프가드로 가세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지난해(1~11월) 대미 철강 수출은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훨씬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 당시 최선의 선택으로 여겼던 수출 쿼터(할당)가 관세보다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미국의 철강 수입은 총 2886만톤(t), 275억달러(한화 30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수입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지만, 금액은 1.9%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지역 수입은 물량과 금액이 각각 4.3%, 12.8%씩 모두 증가했고, 유럽연합(EU)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부터 관세가 적용된 다른 국가들과 달리 캐나다, 멕시코, EU는 지난해 6월부터 관세가 적용돼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으로부터 철강 수입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량이 가장 많은 한국의 경우 2017년 1∼11월 323만t에서 지난해 1∼11월 243만t으로 24.8% 감소했고, 금액 기준으로도 13% 이상 줄어들어 현재까지 트럼프 232조 관세로부터 최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은 수출 물량과 금액이 각각 13.6%, 7.3% 줄어드는데 그쳤고 일본의 경우 수출 물량은 20.8% 줄었지만 금액은 0.7%만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중국과 일본의 높은 관세 제외 승인율이 꼽힌다. 두 국가가 품목 제외로 상당한 이득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량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 

지난해 미국은 자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에서 충분한 양과 품질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특정 국가안보적 고려가 필요할 경우 해당 품목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품목 제외’를 도입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8년 말까지 미국기업들이 제출한 품목 제외 신청은 5만1712건이며, 이 가운데 중국산 철강의 품목 제외 승인 건수는 총 신청건수 6084건 중 39%에 달하는 2386건이다. 물량으로 보면 약 30만t으로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의 40%에 해당한다. 

일본 또한 총 품목 제외 신청 9166건 중 38%인 3480건이 승인됐다. 승인 물량은 108만t으로 2017년 일본의 대미 철강 수출의 약 62%다. 미국기업들이 고품질 송유관, 자동차용특수강관, 선로용 강관 등 고품질·고가 제품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제외 신청은 총 2733건이며 이 가운데 228건이 승인, 279건 기각, 2226건이 심사 중이다. 승인 물량은 2만7000t으로 일본이 승인받은 108만t과 비교할 경우 압도적으로 적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초 미국이 쿼터를 받은 국가에 품목 제외를 허용하지 않다가 지난해 8월부터 허용해 기업들의 관세 제외 신청이 늦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포스코와 세아제강 등 철강업체들의 품목 예외가 추가적으로 예상돼 수출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