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포괄임금제 꼼수…주 52시간 유명무실
탄력근로·포괄임금제 꼼수…주 52시간 유명무실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2.19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량 많은 날 초과근무 수당 회피 수단 악용
사용자 편의 앞세운 제도로 '장시간 노동 방치'
1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개최한 '건설노동 기본권 쟁취 투쟁선포' 기자회견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1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개최한 '건설노동 기본권 쟁취 투쟁선포' 기자회견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협상에 실패한 가운데, 건설업계 노조가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과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장했다. 사용자들이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등 주 52시간 노동시간 정착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19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건설노동 기본권 쟁취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초과근무 12시간 포함 주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건설노조연맹은 경영계에서 주장하는 대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릴 경우 제도의 오남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업무량에 따라 법정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근무를 시킨 후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기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마다 업무가 집중된 시기에 하루 12시간, 주당 60시간을 일하게 한 후 한가할 때 법정 총 노동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대폭 줄이면 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또, 포괄임금제의 경우 '공짜 야근'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무수당 계산 시 사측의 임금지급 편의 차원에서 고정된 초과근무시간을 급여에 일괄 반영하는 탓이다.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사업장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10시간 야근하든 20시간을 더 일하든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는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연맹은 직원별 출퇴근 기록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지 않아 인건비 변동성을 줄이면서 장기간 노동을 상시화한 사용자 편의주의 제도라고 지적했다.

홍순관 건설노조연맹 위원장 권한대행은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려는 이유는 노동부 조사 나왔을 때 일주일에 70시간 일 시키더라도 탄력근로제 적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포괄임금제의 경우 정액제로 사람을 무한정 부려먹겠다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임을 당해도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 일상적인 뉴스로 변했다"며 "탄력근로제 및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요구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노조연맹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8차 회의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10시간에 걸친 협상에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고 회의를 하루 더 연장했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건설협회의 경우 노동 집약적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장기간 집중근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발언하고 있는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발언하고 있는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