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4차례 강제해산 ‘아비규환’
국회, 4차례 강제해산 ‘아비규환’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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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욕설에 ‘육탄전’까지…의원·당직자·경위들 부상자 속출
사무처 “경찰투입은 하지 않겠다…공무집행 방해 의법조치” 국회 사무처는 지난 3일 국회 경위와 방호원 140여명을 동원,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등을 강제해산 절차를 밟았으나 실패했다.

총 4차례 진행된 강제해산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온몸을 내던진 ‘육탄전’으로 부상당한 의원과 당직자, 경위들이 속출했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오전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하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및 당직자에게 12시까지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첫 충돌은 낮 12시48분에 발생했다.

경위와 방호원들이 귀빈식당 쪽 3층에서 본회의장 계단으로 내려와 당직자들을 끌어내기 시작한 것. 일부 당직자들은 사지를 붙들린 채로 본청 정문 밖으로 끌려갔고, 대기하고 있던 경비대대에 의해 재진입이 차단됐다.

이 과정에서 원혜영 원내대표와 이미경 의원 등은 안경이 깨졌고,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다쳤다.

조영택 의원실 한 보좌관은 끌려간 뒤 다시 창문으로 재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이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119 구급차에 실려 갔다.

강제해산에 나선 경위들도 머리에 피를 흘리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두 번째 충돌은 오후 5시. 로텐터홀로 진입하는 통로가 차단된 것을 확인한 경위들은 4층 본회의장 방청석 진입을 하는 것처럼 유리문을 깨 일부 당직자들이 4층으로 시선을 끄는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앞서 본관 주변에는 서울시경 9개 기동대 900명이 추가 배치된 상태였다.

이들은 국회 경위들이 로텐더홀 주변에 있던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을 끌어내면 대기하고 있던 경찰 버스에 태워 국회 밖으로 내보냈다.

저녁 8시55분께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은 본관 정문을 통해 기습 진입에 성공, 3~4명의 당직자와 보좌진을 끌어냈다.

경위들은 민주당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5분 만에 자진 되돌아갔으나, 민주당 당직자 1명이 발목 부상을 당했다.

모두 4차례에 걸친 몸싸움은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의원 6명과 당직자 40여명, 국회 경위 20여명이 다쳤다.

무엇보다도 국회사무처는 이날 강제해산 작전이 무위에 그침으로써 제한된 경위와 방호원으로는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이들의 해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 됐다.

이때문에 3일 저녁부터는 경찰이 본청 내부에 진입,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실제로 사무처와 한나라당은 이같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유정회 시절에도 경찰이 국회 내에 들어온 적은 없다”며 “쿠데타 같은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사무처는 5일까지 질서회복을 위해 강제해산을 시도하겠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이날 국회 점거농성 강제해산과 관련해 “경찰 투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육동인 공보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불법 점거 현행범으로 판단할 경우 경찰을 통한 강제해산이 가능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국회에 경찰을 투입시키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킬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육 공보관은 또 현재 질서유지권으로 경찰력이 국회 주변에 배치된 것은 위법하다는 민주당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 배치는 의원가택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서 합법적인 조치”라고 반박했다.

국회 사무처는 이에 앞서 “불법점거 농성은 물론, 창문을 넘어 본청 건물로 난입하는 불법적 행위나 시설물 파괴, 국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신변 위협 및 불법부착물 게시 등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의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처는 “일부 농성 참가자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중인 국회사무처 직원들에게 위협적인 언행을 가하고 있어 직원들이 신변 위협을 느낄 정도”라며 “이같은 무질서와 혼란이 계속될 경우 국가 주요 시설과 주요 공문서 등의 파손과 분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무처는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어제보다도 악화되어 정상적인 공무집행이 마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현재 국회 본청은 국회사무처 직원들의 정상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무처는 “로텐더홀은 물론,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의 농성을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해제, 국회 운영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본회의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대한 질서를 회복한다는 계획이어서 경위들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들간의 재충돌이 예상된다.

다만 국회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여야가 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김형오 의장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