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화장품 업계…1세대 로드샵 ‘울고’ 제조업체 ‘웃고’ 
양극화된 화장품 업계…1세대 로드샵 ‘울고’ 제조업체 ‘웃고’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9.02.19 07: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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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코스맥스 연매출 ‘1조클럽’ 가입
유통망 다각화·수출호조 올해 고성장 전망
로드샵 잇따른 악재 매출·매장 감소 ‘우려
인수·합병과 채널 다변화 등 ‘자구책’ 마련
 

화장품 업계가 양극화되고 있다. 한 때 화장품 업계를 주도했던 로드숍 브랜드는 하나둘 사라질 위기에 놓인 반면에 주문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생산(OEM)을 주력하는 한국콜마와 같은 업체들은 ‘연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나타내며 화장품 업계의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3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3% 급성장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도 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 증가했다. 

한국콜마가 연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신규 대형 거래처 확보와 CJ헬스케어 인수 등으로 제약사업에서 거둔 호실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매출 1조 달성의 주 요인은 성장세를 보인 CJ헬스케어 인수효과와 함께 화장품이 지난 4분기 홈쇼핑 등 마진 성과가 좋은 채널 비중의 증가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도 글로벌 최대 화장품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실적 향상에 힘입어 1992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42.5% 증가한 1조25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9% 오른 523억원, 당기순이익은 35.7% 상승한 21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코스맥스는 상하이와 광저우 이원화 전략 효과로 중국에서 전년 대비 29% 증가한 4776억원(단순합산)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여개의 중국 고객사의 신제품 주문량이 늘고 색조 메이크업 제품군에서 히트상품이 출시돼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미국에서도 전년과 비교해 무려 335% 늘어난 1653억원(단순합산)의 실적을 기록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은 “여러 성장동력에 힘입어 올해도 그룹 매출이 25% 이상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철저한 현지화를 추구해 세계 1위 화장품 ODM 사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한동안 ‘K-뷰티’ 산업을 주도했던 1세대 로드샵은 부진한 실적과 경영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스킨푸드는 실적악화로 어려움에 빠져 지난해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피해를 본 가맹점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당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김소연 기자)
(사진=김소연 기자)

토니모리도 중국 내 사업조직 축소와 자회사 메가코스 초기 가동에 다른 원가상승과 판매관리비 증가 등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34억원 상당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로드숍 시장규모는 지난 2016년 2조8110억원에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추락하고 있다. 또 화장품 업계에서는 로드샵 매장 수가 2016년 5200여개에서 지난해 4000여개(2018년 3분기 기준)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콜마와 코스맥스와 같은 ODM 업체의 호실적은 비단 해외시장에서의 매출 상승 외에도 화장품의 ‘신유통’ 채널 활성화와 창업 붐도 한 몫 한다. 특히 편집숍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화장품 유통의 대세로 자리 잡게 되자 ODM 업체로 주문물량이 몰리면서 화장품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화장품 업계는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ODM 업체를 통해 화장품 제조로 창업 붐이 일어나고, H&B·홈쇼핑·온라인·면세점 등 유통채널이 다변화돼 화장품 제조가 붐을 이룬 춘추전국시대라 말할 수 있다”면서 “이런 흐름은 소비자충성도는 낮아지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One Brand Shop인 로드샵이 타격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드숍 브랜드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토니모리는 자사 로드숍뿐만 아니라 H&B 매장이나 화장품 편집매장, 홈쇼핑 등에 입점하며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그동안 너무 남발돼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소연 기자

jj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