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손석희 JTBC 사장은 프리랜서 기자 폭행사건과 관련, 마포 경찰서에서 19시간에 걸쳐 수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출석을 앞두고 뉴스룸 ‘앵커브리핑’ 영상과 함께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무고가 반복되면 거짓말도 진실처럼 느껴진다는 뜻의 고사성어 ‘증삼살인(曾參殺人)’의 일화를 인용해 현실을 진단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 앞장서 온 지만원 씨의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시작한 곳은 대부분 지만원 씨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라고 주장했다. 주로 5·18과 북한을 연관 짓거나 5·18 유공자와 관련된 거짓 정보를 올렸고, 자신의 근거를 뒷받침한다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진·도표 등을 함께 첨부했다.
이런 식으로 지 씨가 올린 글과 사진, 파일 등은 그대로 개인 블로그나 개인 방송으로 옮겨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진과 자막이 입혀진 자극적인 동영상으로 재편집되기도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다시 카카오톡 등 개인의 SNS로 공유하면서 왜곡된 정보가 그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근거가 전무한 천편일률적인 주장이 무제한 복제·유포되고 있는 셈이다.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 우리는 아쉽게도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에 사회적 맥락이 더해진 진실도 자연스레 설 자리를 잃었다.
가짜뉴스로 인한 몸살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세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하며 탈진실화가 국지적 현상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특성이라고 진단했다. 탈진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반증하기라도 하듯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가짜뉴스는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 기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감쪽같이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만 맞으면 쉽게 유통·확산된다. 대중이 뉴스를 접하는 채널이 전통적 미디어인 신문·방송에서 포털, SNS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다.
다행히도 온라인상에서 5·18 가짜뉴스가 유통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여야 동료의원 16명의 공동발의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5·18 관련 가짜뉴스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해당 정보를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에는 불법정보 유통 금지 조항에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비방·왜곡·날조 정보’를 포함했다.
가짜뉴스로 벌어지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법안이다. 이 기회에 악질적인 거짓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확실하게 금지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