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질책' 받고 뇌출혈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심한질책' 받고 뇌출혈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 김아름 기자
  • 승인 2019.02.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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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책과 발생한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 매우 짧아"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공사현장에서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 작업을 하다가 뇌출혈 등으로 사망한 공사현장 작업반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 배광국 부장판사는 사망한 작업반장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월 서울의 한 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천공 작업 중 공사 사업주인 B씨로부터 작업진행이 느리다는 이유로 “반장이라는 사람이 무슨 작업을 이따위로 하느냐”라며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로부터 질책을 받고 10분 뒤 실신했으며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뇌출혈 등으로 이틀 만에 숨졌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사망한 이유는 뇌동맥류 때문이었다”며 “만성 과로나 심한 업무환경 변화 등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절했다.

A씨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1심은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당하긴 했지만 인격적 모욕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질책 받은 후 작업을 바로 시작한 점을 봤을 때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정도로 심한 흥분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는 질책을 받고 10분 후 쪼그려 앉아 작업을 하다가 쓰러졌다”며 “질책과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매우 짧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기존의 뇌동맥류가 악화돼 파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또 “A씨는 공사현장에서 작업 진행과 관련된 사업주의 독려나 질책에 익숙했을 것”이라며 “B씨도 평소보다 심한 꾸중을 한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때 공사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보다 상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김아름 기자

dkfma653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