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제일병원, 주요 의료진도 병원 떠났다
'경영난' 제일병원, 주요 의료진도 병원 떠났다
  • 김아름 기자
  • 승인 2019.02.1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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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병원장·진료담당 교수 등 의료진 80% 사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의 전직 병원장 등 주요 의료진 대부분이 병원을 떠났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일병원 의료진 80% 이상이 경영난과 임금 미지급에 시달려오다가 결국 사직했다.

제일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의료기사·일반 행정직원 의료진들은 지난해 6월께 직군별로 급여의 20~40%를 삭감 당해오다가 결국 지난해 10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에 들어서는 정상적인 외래 진료와 검사마저 불가능해지자 병원에 끝까지 남아있던 주요 보직자들마저도 줄줄이 병원을 떠났다. 일선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교수들도 대부분 사직서를 냈다.

지난해 6월에 취임한 제일 병원 남성 난임 및 배뇨장애 분야 권위자인 서주태 비뇨의학과 전문의 원장마저도 한달 여만에 사퇴했다.

서 전 병원장은 "기본적인 검사마저 어려워지면서 수년째 맡아왔던 환자들의 불편이 극심해졌다"며 "(제일병원에서) 환자를 계속 진료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급히 진료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 전 원장은 그동안 함께 근무해오던 팀과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부근에 비뇨의학과 전문병원을 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병원을 떠난 한 관계자는 "한때 신부인과에는 의사가 30명 넘게 있었지만, 현재는 1명만 남아있는 상태"며 "내과는 1명, 소아과는 2~3명 정도이고 마취과는 아예 한명도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제일병원을 이끌어왔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대부분이 병원을 떠나면서 어떻게 회생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며 "병원이 다시 회생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1963년 12월 서울 중구에 개원한 제일병원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ARS) 제도'를 이용한 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타 업계에서는 ARS 제도를 이용한 사례들이 많았지만, 국내 의료법인이 이 제도를 이용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ARS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한 기간에 종전처럼 영업을 계속 하면서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하는 제도다.

[신아일보] 김아름 기자

dkfma653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