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서명’ 백악관 “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할 것”
‘예산안 서명’ 백악관 “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할 것”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2.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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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에 국가비상사태 선포해 70억 예산 전용할 수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재발을 막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에 서명하기로 한 가운데 앞서 거론됐던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의 행정 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백악관의 발표가 나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오후 연방의회에서 예산지출법안 표결이 진행되기 직전 성명을 내고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의회와 접점을 찾지 못해 역대 최장기 셧다운 기록을 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셧다운을 일시 중단하고 3주간의 협상 시한을 뒀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에는 국경장벽 건설에 13억7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요구했던 5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은 끔찍한 일”이라며 예산안 서명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추가적인 연방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말한 대로 국경에서 국가 안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포함한 다른 행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예산안 합의 소식이 들리자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여러 행정조치들을 통해 장벽 예산을 늘리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은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른 분야의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다른 예산에서 전용할 수 있는 금액은 70억 달러(약 7조9000억원)가량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의 군사건설예산에서 35억 달러(한화 약 3조9000억원), 국방부의 마약수송차단 프로그램에서 25억 달러(한화 약 2조8000억원), 재무부의 마약몰수 프로그램에서 6억 달러(한화 약 7000억원)가 전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가 장벽 예산으로 할당한 금액 13억7500만 달러를 합치면 국경장벽을 짓는 데만 80억 달러가 넘는 돈이 투입되는 셈이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멕시코 국경에는 국가 비상 질서가 요구되는 어떠한 위기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와의 관계는 종착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셧다운 사태 당시에도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비해 법률가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견제할 수 있는 입법 옵션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법적 소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