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키코사태 피해자들 목소리…“재판거래 전모 밝혀져야”
거세지는 키코사태 피해자들 목소리…“재판거래 전모 밝혀져야”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2.15 07:00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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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택 원글로벌미디어 대표 “키코는 전대미문의 금융사기 사건, 진상 밝혀야”
황택 원글로벌미디어 대표이사
황택 원글로벌미디어 대표이사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이 2008년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사건의 전모가 수면위로 부상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철저한 재조사와 피해구제를 원하는 피해기업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 피해 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 중소기업들이 씨티·SC제일은행을 주축으로 한 외국계 은행들의 사기적 파생상품들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시중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행위에 속아 키코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인도, 이탈리아 등은 미국계 은행들의 사기성 파생상품으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해당 국가가 금융상품의 불법성을 인정해 피해구제를 해준 것과 달리 우리 대법원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나 사기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2013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행위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피해 기업들은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가 은행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모의한 거대한 사법농단에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한다.  

황택 원글로벌미디어 대표이사는 키코사태는 전대미문의 불법 재판거래 음모로 인해 건실한 중소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본 안타까운 사건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본 사건으로 10년 간 사지에서 고통을 받아온 피해 기업 임직원들만 해도 약 100만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원글로벌미디어는 ITTV 방송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생산, 개발하는 업체로 트리플 A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중소기업이었지만 키코사태 이후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다 재무구조가 악화돼 2016년 휴업하게 됐다.

황 대표는 “원글로벌미디어는 2008년 신한은행에서 3000만불에 달하는 키코에 가입했지만 환율 급등으로 약 1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글로벌미디어는 신한은행의 VIP고객으로 무차입 회사였지만 한 달에 1억원이 넘는 은행 이자상환에 자금을 쏟아 부으니 회사의 재무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키코 사고후에도 한국 최초로 사우디AMC에 ITTV 방송기술을 수출해 수익을 창출했지만 대부분 키코 상환에 자금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에도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사와 IPTV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자금이 없어 개발할 수 없었고 국내외 투자도 키코로 인한 재무구조 문제로 무산됐다”고 회상했다.

황 대표는 “이처럼 당시 키코에 가입한 대다수의 수출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었는데 은행의 사기 상품으로 인해 줄도산 한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수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겼다”며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에게 파생상품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신용도가 낮아지자 이자장사를 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은 피해 기업들을 두 번 죽게 한 것”이라며 개탄했다.

키코 피해 기업들은 사법농단에 키코 사건이 포함됐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재판거래의 일환으로 이뤄진 2013년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판 청탁의 배경과 불법성에 대한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문건에 나온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사건의 몸통인 청탁의 배경과 목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키코 사건을 두고 벌인 재판거래에서 과연 사기성이 다분한 외국계 파생금융상품 판매를 승인한 금융당국과 이를 앞장서 판매한 시중은행, 2013년 재판 당시 은행 측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이 사법농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