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트렌드] 대장암 자주 걸리는 일본인 ‘김치’ 찾는다
[농업+트렌드] 대장암 자주 걸리는 일본인 ‘김치’ 찾는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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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성 암 발생률 1위에 대장암
TV서 김치 유산균 소개…판매량↑
효능 강조·간편식 앞세워 공략 必
 

우리 대표 전통식품이자 세계적인 발효식품으로 꼽히는 ‘김치.’ 최근 들어 일본에서 ‘김치 붐’이 일고 있다. 일본의 TV 프로그램에서 김치의 건강 효과가 소개된 후 판매가 늘고 있다는데 특히 여성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왜 그럴까?

지난해 9월 일본 TV아사히의 ‘하야시 이사무의 지금이지!’라는 프로그램에 대장을 노화시키지 않는 최강의 식재료로 김치가 소개됐다. 김치 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유산균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일본식 불고기인 야키니쿠를 먹기 전에 김치를 먹으면 소화에 좋다는 내용도 전파를 탔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은 일본 여성의 암 사망률 1위로 대장암을 꼽으면서 김치의 효능을 집중 부각시켰다.

현지 김치 제조업체에 따르면 방송 이후 다음 날 평소의 두 배가 넘는 김치 주문이 들어오는 등 김치에 대한 반향이 무척 컸다. 여기에 기존의 ‘김치 마니아층’ 외에도 김치에 새롭게 관심을 갖는 현지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김치시장이 형성되면서 현재는 전체 절임식품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어느 정도 성숙됐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초기에는 일본식 배추절임에 조미료를 더한 배추겉절이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무늬만 김치’였던 것. 그러나 지금은 한국산 김치와 경쟁을 통해 현지 업체들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여러 종류의 김치 상품이 나오고 있다. 가격도 300g 기준 300엔~1000엔대(한화 3000원~1만원)로 다양하다.

14일 일본식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김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일정정도 형성돼 김치시장이 안정됐는데 지난해의 경우 주원료인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았지만 김치 소비는 늘어 현지 김치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김치가 이미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았고 관련시장 가치도 충분히 높게 평가받고 있다.

사실 일본은 오랫동안 한국산 김치의 제일 큰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지난 몇 년 간 한·일 간의 악화된 정치적인 관계와 일본산 김치와의 경쟁 등으로 수출실적이 감소했다. 2014년 5661만달러에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000만달러 중·후반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김치의 대일본 수출은 훈풍이 불어 5610만달러로 회복세를 보였다.

일본 김치시장의 꾸준한 성장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우리 김치의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건강한 발효식품이라는 이미지 강조와 함께 고급화, 맞춤형 상품 개발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 관계자는 “한국 김치는 자연발효로 몸에 좋은 유산균이 풍부하지만 일본 김치는 소스를 뿌려 김치 맛만을 내는 절임식품이 다수”라며 “대장암 예방과 장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여성소비자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T 오사카지사 관계자는 “일본의 특정보건식품·기능성표시식품 등의 등록을 통해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며 “김치제품 외에 일본 소비자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전 키트·김치볶음밥 키트 등 김치간편식(HMR) 진출도 고려할만하다”고 조언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