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새 85% 줄었다지만…낙태 한해에 5만건
12년새 85% 줄었다지만…낙태 한해에 5만건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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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율 2005년 29%→2017년 4%…피임 영향
'낙태죄 폐지' 75% '찬성'…"인식 개선 필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인공임신중절(낙태)이 12년 새에 85% 가량 대폭 감소했음에도 한 해에 약 5만건 가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75%를 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낙태 실태조사는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조사는 2018년 9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9764건으로 추정됐다.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건수(인공임신중절률)로 보면 4.8건이었다.

이는 2005년(29.8건) 조사 때의 7분의 1 수준, 2010년(15.8건) 조사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낙태율이 급격히 감소한 셈이다.

여기에는 피임실천율 증가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15~44세 여성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보사연은 높아진 피임 실천율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늘었고, 경구피임약 복용도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피임뿐 아니라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사후피임약 처방 건수는 2012년 13만8400건에서 2017년 17만8300건으로 증가했다.

가임기 여성의 수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 주민등록인구통계상 15~44세 여성 수는 2010년 1123만1003명에서 2017년 1027만9045명으로 8.5% 감소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조사 완료 여성 1만명 중 총 756명(7.6%)이었다. 이들의 낙태 횟수는 평균 1.43회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 성 경험이 있는 여성(7320명)으로만 보면 낙태경험률은 10.3%였고,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낙태경험률은 19.9%까지 올랐다.

인공임신중절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임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756명)의 낙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매우 다양했다. 평균 연령은 28.4세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그 뒤로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순으로 많았다.

방법은 수술이 90.2%(682명)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술은 대부분 임신 초기에 이뤄졌다. 평균은 임신 6.4주였다.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 41.7%,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 32.1%, 30만원 미만 9.9% 순이었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절반 이상(54.6%)이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자살 충동 등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인공임신중절 이후 적절한 휴식을 취한 여성은 47.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인공임신중절 여성 8.5%는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등의 신체적 이상 증상도 보였다.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수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조사대상 여성의 75.4%가 찬성했다.

허용 사유를 명시한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27.1%)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원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 교육'(23.4%) 등에 대한 정책 요구가 많았다.

이소영 보사연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임신과 출산을 법률적 혼인제도 안에서만 바라보는 차별을 개선하고 출산과 양육을 위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원치 않은 임신 예방을 위한 정책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