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75% '찬성'…"인식 개선 필요"
인공임신중절(낙태)이 12년 새에 85% 가량 대폭 감소했음에도 한 해에 약 5만건 가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75%를 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낙태 실태조사는 지난 2005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조사는 2018년 9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만9764건으로 추정됐다.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건수(인공임신중절률)로 보면 4.8건이었다.
이는 2005년(29.8건) 조사 때의 7분의 1 수준, 2010년(15.8건) 조사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낙태율이 급격히 감소한 셈이다.
여기에는 피임실천율 증가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15~44세 여성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보사연은 높아진 피임 실천율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콘돔 사용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늘었고, 경구피임약 복용도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증가했다.
피임뿐 아니라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사후피임약 처방 건수는 2012년 13만8400건에서 2017년 17만8300건으로 증가했다.
가임기 여성의 수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 주민등록인구통계상 15~44세 여성 수는 2010년 1123만1003명에서 2017년 1027만9045명으로 8.5% 감소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조사 완료 여성 1만명 중 총 756명(7.6%)이었다. 이들의 낙태 횟수는 평균 1.43회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 성 경험이 있는 여성(7320명)으로만 보면 낙태경험률은 10.3%였고,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낙태경험률은 19.9%까지 올랐다.
인공임신중절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33.4%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임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756명)의 낙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매우 다양했다. 평균 연령은 28.4세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으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그 뒤로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순으로 많았다.
방법은 수술이 90.2%(682명)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수술은 대부분 임신 초기에 이뤄졌다. 평균은 임신 6.4주였다.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만원 이상~50만원 미만 41.7%,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 32.1%, 30만원 미만 9.9% 순이었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절반 이상(54.6%)이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자살 충동 등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인공임신중절 이후 적절한 휴식을 취한 여성은 47.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인공임신중절 여성 8.5%는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등의 신체적 이상 증상도 보였다.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수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조사대상 여성의 75.4%가 찬성했다.
허용 사유를 명시한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27.1%)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원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 교육'(23.4%) 등에 대한 정책 요구가 많았다.
이소영 보사연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임신과 출산을 법률적 혼인제도 안에서만 바라보는 차별을 개선하고 출산과 양육을 위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원치 않은 임신 예방을 위한 정책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