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영화 물꼬 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떠난다
[단독] 민영화 물꼬 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떠난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2.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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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 다하고도 도덕적 책임·검찰 고발 부담감 작용한 듯
11일 산업은행에 사퇴의사 밝혀…대우조선 “모르는 얘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연합뉴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을 가시화하며 메가톤급 조선사 출범을 예고한 가운데,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이번 M&A의 소임을 다하고 물러났다는 해석과 이후 불어닥칠 수 있는 구조조정 등을 두고 책임론을 회피했다는 비난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조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 11일 산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간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최종 인수에 무게를 두면서 정 사장의 거취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다. 

정 사장은 네 번째 연임이 결정돼 오는 2021년 5월까지 임기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M&A 이슈와 맞물려 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도 회자됐다. 

정 사장이 평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대우조선의 재무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소신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지난 2016년 11월 기자간담회서 “개인적으로는 ‘빅(Big)2’ 체제가 중국 등과 경쟁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우조선을 정상화해 상품가치를 높여서 ‘빅2’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2017년 기자간담회서도 “작고 단단한 회사로 만들겠다”며 “빅2 재편을 고려한 경영을 하겠다”고 민영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정 사장은 지난 2015년 대우조선 수장을 맡아오면서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 2001년 처음 대우조선 사장을 맡은 뒤 연임까지 6년간 재직했고, 이후 대우정보시스템 회장, STX조선해양 총괄사장을 거쳐 2015년부터 다시 대우조선 사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조선해양사업에 불필요한 부동산·자회사 등 모든 물적 자원 매각 △저비용 고효율 생산 구조 위한 인적개혁 단행 △핵심역량 위주의 수주와 건조를 통한 생산단가 인하 등 자구안을 이행하며 경영정상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은 2017년 6년만의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지난해 3월에는 증권거래소의 관리종목도 해지됐다. 아울러 수주절벽으로 인한 보릿고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3분기 연속 흑자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 사장의 사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질 전망이다.

우선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사실상 확정될 것을 알고 자신의 소임을 다해 물러났다는 풀이가 나온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이 3분기 연속 흑자, 자구안을 초과 달성하면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가운데, M&A 이슈와 맞물려 스스로 거취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또 갑작스런 사임인 만큼 책임회피 문제도 떠오른다. 매각 이후 인력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책임부담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예상할 수 있다.

하청업체 갑질로 인해 형사고발 위기에 놓였다는 점도 정 사장의 사퇴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은 공정위로부터 하도급 갑질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인 108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사직서 제출 여부는 알 수 없고, 회사 차원에서 정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들은 얘기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