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산당위원장 “권한 없는 일왕 대신 총리가 육성 사죄해야"
日 공산당위원장 “권한 없는 일왕 대신 총리가 육성 사죄해야"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2.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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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일왕 태평양전쟁 범죄 책임 인정…강제징용 해결 촉구하기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을 두고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일왕 대신 총리가 육성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치권에서 연일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청하는 등 날선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되는 입장이라 주목된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이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상 ‘천황(天皇·일왕의 일본식 표현)’은 정치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사죄는 불가능하다”면서 “일본 정부, 특히 총리가 육성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이 위원장은 특히 일왕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헌법 규정을 설명하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황’은 일본 헌법 3조에 따라 헌법이 정한 국사(國事)에 관한 행위만 하며 국정(國政)에 관한 권능을 지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의 발언이 일본에 소개되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10일 필리핀 방문 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발언 취소와 사죄를 요구했으며 아베 총리도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외교 경로를 통해 매우 유감이라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시이 위원장은 지난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 소재에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쇼와(昭和·1926~1989) ‘천황’은 (전쟁범죄의) 최고책임자지만, 현재의 ‘천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위 기간 중 전쟁과 관련돼 있지 않다”며 히로히토 일왕에게 태평양전쟁의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같은 발언에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쇼와 ‘천황’과 현재의 ‘천황’ 각하에 대한 무례다. 쇼와 ‘천황’이 언제 전쟁범죄자가 됐나. 연합국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인 쇼와 ‘천황’과 현재 ‘천황’ 각하에 대한 비방은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중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이 위원장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양국 간의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국회답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1년 8월27일 야나이 순지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가 가지는 외교보호권을 서로 포기한 것이지 개인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으로 의미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