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구속’이란 사법부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 빠진 법원이 위기 극복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권력과 거래한 흔적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하다.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받아온 사법부가 이번에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내는 희생을 감내하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소된 지 하루만인 12일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을 형사35부에 배당했다. 형사35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소 등을 염두에 두고 법원이 지난해 11월 신설한 3곳 중 한 곳이다. 이로서 양 전 대법원장은 24기수 아래 후배판사에게 재판을 받게 됐다.
법원은 양 대법관 사건을 ‘적시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선정했다. 대법원 재판 예규상 다수 당사자가 관련됐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등은 중요사건으로 지정해 신속히 처리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망에 ‘사법부의 과오에 대한 법적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 됐다’고 글을 올리면서 ‘이제부터 재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기존 사법행정권자들에 대한 공소제기와 재판이 사법부의 모든 판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성창호 판사를 탄핵대상으로 거론하는 등 정치권으로부터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잇따르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박근혜 정부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5명 안팎의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이르면 다음 주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기며 사법농단 수사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사법농단 판사의 탄핵을 시작으로 사법부 인적청산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동안 100명 가까이 되는 판사가 직·간접적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5명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사법부 침해 논란을 최소화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주 탄핵법관 명단 발표 후 곧바로 탄핵추안을 발의하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탄핵절차에 대한 공조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물론 사법농단의 적폐를 축출하는 일들이 유야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김명수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사법부에서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
사법부 스스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다시 새기고 사법역사상 이런 치욕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켜봐줘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