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사 환경친화정책 뿌리내려야
[기자수첩] 유통사 환경친화정책 뿌리내려야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9.02.1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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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전 택배로 물건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일명 ‘뾱뾱이’라고 불리는 엠보싱 비닐에 물건을 칭칭 감아 넣고 그것도 모자라 물건을 누에같은 스티로폼을 가득 넣어 충격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주겠다는듯 ‘새심한 배려’를 발휘해줬다. 그당시 포장을 보고 ‘센스있네’라며 감동받으면서도 한편으론 쓰레기들로 환경을 해치겠다는 우려감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같은 물건을 주문했을 땐 이 모든 게 종이로 대체돼있었다. 또다시 여기 정말 ‘센스있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건 파손을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류들의 사용을 줄이면서 환경도 파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혀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발표한 '삶의 질'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미세먼지와 하천오염 등 환경 부문에 대한 평가에서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부터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유통사들은 저마다 규제에 따른 친환경 경영 실천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마트는 롤비닐 사용량을 1억장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축구장 2250여개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5234t 줄이고 30년산 소나무 800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현대백화점도 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로 바꿨다.

업계 관계자들은 친환경 소재가 기존 포장재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비싸다고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장 등 원가가 오르면 가격 인상의 압박이 오기 마련이지만 환경을 위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부의 규제에서 시작됐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기업이 해야할 일이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제품만 평가하지 않는다.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패턴 강화로 이제 기업들에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UBS 설문조사에도 69%의 소비자는 개인적 가치관과 일치하는 윤리경영을 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71%는 환경, 지배구조 등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사들은 요즘 소비자들이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보고 착한 기업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윤리 경영이 우리 사회에 잘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

jj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