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양승태' 누가 재판 하나…고민 깊은 법원
'피고인 양승태' 누가 재판 하나…고민 깊은 법원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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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전·현직을 통틀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사법부 수장의 사건은 어떤 재판부에서 심리하게 될까.

11일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법조계의 시선이 양 전 대법원장의 '친정'인 법원에 모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건이 법원 내부에서 의견이 갈릴 정도로 법리적 쟁점이 첨예한 만큼, 어떤 재판부가 심리를 맡을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배당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방안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서울중앙지법 1심 형사합의 재판부는 총 16곳이다.

법원은 사건이 들어오면 의혹의 연관성 등을 고려해 제척 사유가 있는 재판부를 제외한 뒤 컴퓨터 전산을 통해 무작위로 배당하고 있다.

이번에도 법원은 소속 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관성이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 등을 우선 거른 뒤 무작위 전산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지난해 11월 증설된 형사합의34·35·36부 중 한 곳이 양 전 대법원장의 사건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4·35·36부는 사법농단 의혹이 있는 법관들과는 연고 관계가 없는 법관들로만 구성해 증설한 재판부여서 공정성 시비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이유다.

혐의가 상당 부분 겹치는 임 전 차장도 형사합의36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검찰이 두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이 한 재판부에 지나친 부담을 안길 수 있고, 두 사건의 진행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재판부를 따로 진행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법원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재판부 진용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법원 인사철과 맞물려 들어와 재판부 배정을 논의하는 사무분담 회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인사이동이 진행 중이고, 사무분담 회의 결과에 따라 재판부 수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는 배당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통상 법원은 검찰 기소 후 2~3일 안에 재판 배당을 마친다. 배당 결과가 어떻든 양 전 대법원장은 까마득히 어린 후배에게 재판을 받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