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는 첫 사법수장 양승태, 47개 혐의에 담긴 '민낯'
법정서는 첫 사법수장 양승태, 47개 혐의에 담긴 '민낯'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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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블랙리스트 등 모두 연루…梁, 혐의 전면 부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첫 번째 사법수장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서 드러난 주요 범죄혐의 대부분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간접으로 연루됐다고 판단, 무려 47개의 범죄혐의를 적용해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을 그 의도나 성격에 따라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으로 분류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 등을 상대로 상고법원 도입 및 해외 법관 파견 등 조직의 이익을 얻고자 '뒷거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시나리오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주심 대법관에게 원고 청구 기각 의견을 전달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하는 방법 등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의혹으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을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거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 있다.

또 이런 식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원세훈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의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2017년 헌재에 파견된 법관을 이용해 헌재 평의 등 진행경과와 소장·재판관들 동향 등 중요정보 325건을 수집해 보고·전달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일선 법원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을 취소 및 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양 전 대법원장에 적용됐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일부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고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의혹 축소·은폐 △'정운호 게이트' 당시 수사정보 불법수집 △대한변호사협회 압박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3억5000만원 비자금 조성 등을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포함했다.

현재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물증으로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이규진 수첩' 등 세 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앤장 독대 문건은 김앤장 측이 작성한 것으로 2015~2016년 양 전 대법원장이 한상호 변호사 등을 수차례 만나 일본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의심된다.

판사 블랙리스트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들을 나눠서 보고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 표시를 해 최종 결정을 내린 정황이 담겨있다.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각종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