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명절의 본질을 되새기자
[데스크 칼럼] 명절의 본질을 되새기자
  • 신아일보
  • 승인 2019.02.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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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스마트미디어부 부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끝났다. 필자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를 지냈다.

다만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날에 모처럼 누이가 찾아와 도움을 줬다. 올해부터 시댁에서 차례를 생략한 탓에 처갓집에 도움을 자처한 것이다.

덕분에 형수와 아내의 손이 한결 수월해 보였다. 형수와 아내는 용병처럼 나타난 시누이와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면서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간간히 손을 거들면서 어떤 얘긴가 하고 들어봤더니 "명절엔 여자들만 고생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명절 음식을 먹냐", "주변 사람들은 연휴기간에 가족여행을 간다" 등등 대부분 명절 전통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이었다. 물론 명절의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듣다보니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들이다.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청원이 바로 '명절과 제사의 폐지'다.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제사나 명절이 성불평등의 원인이 되며 이 시대에 맞지 않는 풍속임’을 지적한다. 명절 폐지를 주장한 한 청원자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교육받고 자란 지금 21세기에 적절하지 못한 문화로 많은 가정들이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다"며 "여성이 힘들고 그로 인해 남성도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세대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명절과 제사를 제발 없애주세요"라고 청원을 올렸다.

실제로 이혼을 결심한 부부 중 2명이 명절을 계기로 이혼신청서를 접수했다. 법원행정처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명절 연휴 전후에 이혼 신청서 접수 건은 하루 평균 577건으로 평상시 298건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 1년 이혼신청건수의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가정불화의 원인은 이른바 '명절증후군'에 따른 여파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명절이혼'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기간을 전후해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컫는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명절 노동은 여성들의 몫이다. 오죽했으면 여성들은 명절을 노동절이라고까지 표현할까.

아직까지 가부장적 가족문화의 뿌리가 깊은 탓이다.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해 내려오는 사상·관습·행동 따위의 양식을 말한다. 선현들의 지혜와 슬기를 이어받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후손들의 도리다. 하지만 기술과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현대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해간다. 전통 또한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 되면서 없어지거나 그 형태가 변해 간다.

시대의 현실이 올바르게 반영돼 선택된 전통만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갈 것이다. 

명절 또한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고유한 전통 문화 유산이다.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는 것은 분명 미풍양속이라 할 수 있다.

덕담과 복을 나누고 떡국 한 그릇에 가족애를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야말로 설명절의 본질이 아닐까. 하지만 남성중심의 제사문화와 무리한 가사노동으로 모두가 즐거워야 될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으로 남게 된다면 다시금 본연의 의미를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개인을 중심으로 한 핵가족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이 사라지고 있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가족이다. 고도의 문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정은 위안과 안식처가 돼 준다.

명절은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힐링의 시간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된다.

명절을 없애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정부도 귀 기울여 들어야겠지만 각 가정에서도 바람직한 명절 상(像)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오영훈 스마트미디어부 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