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여야 모두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다짐했지만 국민여론마저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네 탓 공방만 일삼고 있다. 이런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통합의 정치를 표방한다던 민주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에 분노를 드러냈다. 설 연휴 민심도 재판결과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높았다면서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인가 하는 비난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사법농단에 관여했던 판사들이 아직도 법대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냐, 사법개혁을 제대로 해달라는 주문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김경수 구하기가 국민 의혹만 키웠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설 민심을 진단하면서 민주당은 김경수 구하기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구하기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분열의 정치를 조장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두 차례 회동하며 국회 정상화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돌아섰다. 한국당은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국정조사와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에 대한 특검,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사퇴를 국회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정쟁용 국회가 아닌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2월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회는 아예 폐업상태다. 야 4당이 요구했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건너뛴 1월 임시국회에 이어 제1야당인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2월 임시국회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산적한 민생입법은 아예 협상의 운도 띄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가까스로 출범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정상가동이 난망하고, 올해 1월 안에 합의를 도출하기로 약속했던 선거제 개혁 논의도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단은 10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이들은 미국 조야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의원외교를 벌이고 오는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여야는 애초 늦어도 18일 임시국회를 개회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선 18일 개회가 불투명하다. 국회의장과 5당 대표들의 미국방문은 이미 예정돼있었다. 문제는 미국행에 오르기 전에 풀었어야 할 대치국면을 그대로 남겨놨다는 것이다. 네 탓 공방만 하면서 분열의 정치로 줄달음질치는 ‘치킨게임’은 피했어야 했다.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허물에 대한 ‘자성’, 다른 의견을 듣는 ‘경청’이다. 그 속에서 상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미움을 풀어야 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로 거듭날 수 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