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노조 리스크’ 몸살…고개 드는 정부 중재론
車업계 ‘노조 리스크’ 몸살…고개 드는 정부 중재론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2.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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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반에 번지는 노사 갈등…지속적 파업으로 생산 차질
파업 예고 등 노조 반발 계속…“노사에만 문제해결 맡기면 안 돼”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현대·기아차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확대 간부 파업에 돌입한 뒤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현대·기아차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확대 간부 파업에 돌입한 뒤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자동차업체가 ‘노조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사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 예고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최근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그룹의 경우, 노조가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부분파업을 계속하자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향후 물량배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지난 1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이 같은 발언이 담긴 3분가량의 영상 메시지를 부산공장에서 부서별로 전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체 노사 간 마찰은 여전한 가운데,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가 지난달 31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타결을 이룬 당일 하루 확대 간부 600여명은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파업 다음날인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이달 총파업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을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기존 완성차업체 임금의 절반 수준을 지급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교육지원 등을 통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한국GM도 올해 초 해소된 것으로 알려진 연구·개발(R&D) 신설법인과 관련해 노조가 신설법인으로 소속을 옮긴 조합원들이 기존 단체협약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사측과 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신설법인 설립 자체에 맞섰던 투쟁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앞서 노조 측은 신설법인 반대에 나서면서 부분파업, 간부파업, 청와대 앞 노숙농성 등을 이어간 만큼 사측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 첫 상견례 이후 최근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고정급여 인상 여부를 놓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도 제13차 교섭을 열었지만 이견은 여전하다. 그 사이 노조는 지금까지 부산 공장에서만 모두 28번이나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선 닛산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로그’를 위탁생산해 미국으로 전량 수출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닛산 로그의 전체 생산물량은 부산공장에서만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프랑스 본사로부터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하면 부산공장 가동률은 50% 안팎으로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르노그룹은 오는 9월 수탁생산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현재 닛산 로그의 후속 차종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지만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양측 간 요구안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간극을 좁혀 협상을 하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산업은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이라는 1고3저 현상이 보편화 되고 있어서 최악의 조건이 형성됐다”며 “고비용 저생산이라고 해도 노사가 안정돼 있으면 괜찮은데, 노동법과 관련해 유연성이 떨어져서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파업 등이 국내 모든 업체로 번지는 게 큰 문제여서 올해 더욱 위기가 될 수 있다”며 “문제 해결을 노사에만 맡겨선 안 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