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오는 27~28일 열리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의 실무협상이 팽팽하다. 7일로 이틀째를 맞는 실무회담은 전개과정과 내용이 알려진 게 없지만 북미 두 정상 간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 치열한 논쟁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주류세력은 북한과의 1차 정상회담이 비핵화 구체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내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베트남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양에서 펼쳐지는 비건-김혁철의 실무협상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상 북미 두 정상 간의 회담을 앞선 샅바싸움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6일 방북 길에 나서면서 복귀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진통이 예상되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행을 전격 수용한 것도 고무적이다. 판문점보다 평양이 북한 수뇌부가 빠른 결정을 내리기 용이하다.
물론 실무협상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를 어느 수준에서 주고받느냐에 달렸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진전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우선순위로 잡고 있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모두 갖춘 북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그 이상의 ‘α’를 염두에 둔 것이다. ‘플러스 α’의 핵심으로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꼽힌다. 영변 핵 단지 안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해 390개 이상의 건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해당 조치를 통해 최대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회의 체제 구축 및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미국 역시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공식화하고 있는 만큼 북한도 포괄적 대북제재 완화보다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인도적 차원의 국제지원 등의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실무협의 진전에 따라서는 종전선언을 위한 토대도 닦일 수 있다.
그러나 북미 양국 모두 협상의 마지노선도 확실해 보인다. 미국은 일단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정도에서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요량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포괄적 대북제재 면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은 서로의 마지노선을 관철시키기 위한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상당한 진통이 따르겠지만 양국 모두 260일 만에 만들어진 재회담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쉽사리 협상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중요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실무회담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정상회담의 성공은 실무회담에서 결정된다.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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