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아나항공, 깨진 유리창 법칙 되새겨야
[기자수첩] 아시아나항공, 깨진 유리창 법칙 되새겨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2.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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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969년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똑같은 상태의 차량 2대를 일주일 간 방치하는 실험을 했다. 자동차 1대는 보닛만 열어뒀으며 나머지 1대는 창문을 조금 깨놓았다. 일주일이 지난 뒤 보닛만 열어 둔 차량은 그대로였지만 유리창을 조금 깬 자동차는 심하게 파손됐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캘링은 이 실험에 착안해 지난 1982년 범죄학회지에 실은 논문에서 ‘깨진 유리창 법칙’을 제시했다. 이 법칙은 사소한 일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향후 더 큰 범죄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기업 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유명 인사의 홍보 마케팅을 맡아 온 마이클 레빈은 ‘깨진 유리창 법칙’ 책을 내며 경영 전략과 비전에만 정성을 기울이고 사소한 문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련의 이야기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유독 항공기 고장으로 인한 지연, 결항 등의 논란이 많았다. 기내식 대란도 화제였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일주일 사이 기체 9편이 고장을 일으켰다. 국토교통부는 특별점검단을 투입해 정밀조사에 들어갔지만, 이후 11월에도 동일한 기체에서 두 차례 연속 결함이 발생했고 국토부는 또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서비스와 안전이 핵심인 항공 산업에서 스스로 발목을 붙잡은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국토부 권고 보다 많은 정비인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두 차례 연속 기체 결함이 발생해 논란이 된 기령 20년 이상의 ‘B767’ 항공기에 대해선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가 발표하는 정비 신뢰성이 전 세계 평균을 웃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해명에도 서비스와 안전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야기되는 건 ‘깨진 유리창 법칙’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난 해소를 위해 유동성 확보에 힘쓰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에서 ‘깨진 유리창’은 빨리 끊어야 하는 꼬리표다.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열린 아시아나항공 안전결의 대회에서 외쳤던 ‘안전제일’의 구호가 공허하지 않길 바란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