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충심’ 맬패스 재무차관 지명
트럼프,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충심’ 맬패스 재무차관 지명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2.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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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역할 확대 비판…중국 등 개도국 지원 중단 가능성
데이비드 맬패스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사진=연합뉴스)
데이비드 맬패스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대(對) 중국 강경파’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맬패스(63)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맬패스 차관을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납세자들의 세금이 효과적이고 현명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맬패스는 오랫동안 세계은행의 책임에 대한 강력한 옹호자”라고 설명했다.

맬패스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재무부, 국무부 관리를 역임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경제참모로 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을 시작한 뒤 내각에 입성해 트럼프식 보호주의 통상정책 실행에 앞장섰다.

그동안 맬패스는 ‘너무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세계은행의 역할 확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맬패스가 신임 총재로 선출되면 세계은행이 추진해온 기후변화와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변화를 줄곧 부인해왔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세계은행 지원 프로그램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대한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맬패스에 대해 “중국을 극렬히 비판해온 트럼프 충성맨”이라고 표현했고, AFP통신은 “논란이 있는 선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수의 주주들, 특히 유럽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면 세계은행 구조조정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다음달 14일까지 189개 회원국으로부터 추천받은 차기 총재 후보 가운데 최종후보 3인을 발표한 뒤 오는 4월 중순 신임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16%의 의결권을 가진 최대주주인 미국이 낙점한 후보자가 총재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反) 트럼프 세력을 구축한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기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세계은행이 전통을 깨고 ‘비(非)미국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김용 전 총재는 지난달 7일 임기를 3년여 앞두고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친환경 프로젝트와 다자주의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