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영웅' 윤한덕, 설 연휴 병원 지키다 별세
'응급의료 영웅' 윤한덕, 설 연휴 병원 지키다 별세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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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응급의료계 버팀목 잃었다…어깨죽지 떨어진 듯"
(사진=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캡처)
(사진=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캡처)

국내 응급의료 분야를 진두지휘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했다.

그는 환자가 몰리는 설 연휴 응급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초과근로를 하다가 과로사 한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께 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발견됐다.

검안의는 ‘급성 심정지’(심장마비)라는 1차 검안 소견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윤 센터장이 가슴이 답답한 급성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도 없이 빠르게 의식을 잃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7일 부검을 통해 밝혀지나, 의료원 측은 윤 센터장이 누적된 과로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내 응급의료 인력과 시설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특히 명절에 업무가 늘어난다.

이를 고려해 윤 센터장은 사망 당일 설 연휴 고향에 내려가기 전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점검하려고 퇴근을 미룬 것으로 추정된다.

윤 센터장의 시신은 그의 부인이 4일에도 윤 센터장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병원을 찾아오면서 직원들과 함께 발견했다.

윤 센터장은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힌다.

전남의대를 졸업한 그는 모교에 응급의학과가 생긴 1994년 ‘1호 전공의’로 자원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그러다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밤낮없이 환자를 돌봐왔다. 2012년 7월엔 센터장이 됐다.

그간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의료계 굵직한 변화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몇 가지 살펴보면 그는 400여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체계인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을 구축했다.

응급환자 이송정보 콘텐츠를 개선·보완해 환자이송의 적절성 및 신속성을 제고하는 응급의료이송정보망 사업 등도 추진했다.

이외에 응급의료종사자 교육·훈련, 이동형 병원·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종종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고민을 길게 올렸다. 주로 환자를 살리는 데 중대한 걸림돌이었지만 누구 하나 발 벗고 해결에 나서지 않던 문제들을 지적했다.

갑작스런 윤 센터장의 죽음에 의료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뿐 아니라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힘써오셨는데 황망하다"며 "설 연휴 기간에도 응급의료센터 운영과 더불어 지역 응급외상체계 구축 등을 고민하셨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 센터장은)응급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라며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한편 윤 센터장의 장례는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영결식과 장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