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국 조선업 현주소] 韓조선, 세계 1위 ‘상승세’ 타려면 연구개발 투자 뒷받침돼야
[특별기획/한국 조선업 현주소] 韓조선, 세계 1위 ‘상승세’ 타려면 연구개발 투자 뒷받침돼야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2.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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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 지속적 하락…매출액 1%에도 못 미쳐
올해 R&D 골든타임…조선 빅3, 연구개발에 ‘올인’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노르웨이 크누센에 인도한 LNG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지난해 한국 조선업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 실적 1위를 달성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간 이어진 불황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축소, 인력 구조조정 등을 정상화하지 않는 이상 조선업의 미래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R&D 비용은 현대중공업 438억원, 대우조선해양 378억원, 삼성중공업 353억원으로 총 116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쓴 곳은 현대중공업이나 이는 전년 907억원과 비교할 경우 반토막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전년 대비 19%, 42% 감소한 금액만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3분기 기준이기는 하나 이 같은 추이를 볼 때 4분기까지 모두 포함한 지난해 총 연구개발비는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 조선 3사의 연구개발비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5226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2015년 4319억원, 2016년 3562억원, 2017년 2067억원까지 줄었다. 이는 2004년 2026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전체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2015년 0.53%에서 2016년 0.47%, 2017년 0.42%를 기록했고 삼성중공업 또한 같은 기간 1.16%에서 0.89%, 0.76%로 계속해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줄어들었다. 유일하게 현대 중공업만 2015년과 2016년 각각 0.52%에서 2017년 0.59%로 소폭 비중이 올랐다지만 이 또한 전체 매출액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연구개발 비용이 줄다보니 특허 출원 건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3692건이었던 조선분야 특허출원은 2017년 1833건을 기록하며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조선 3사의 특허출원은 2014년 2558건에서 2017년 961건으로 2014년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상반기도 287건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별로는 현대중공업이 2014년 746건에서 2017년 252건, 지난해 상반기 139건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동기간 943건에서 251건, 42건으로 집계됐고 삼성중공업은 869건에서 458건, 106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2017년 조선분야 특허출원은 각각 2014년의 27%와 34%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의 53%로 앞서 양사보다는 감소폭이 낮았다.  

대우조선해양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업계에서는 조선업 불황에 따른 R&D 비용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이 지속되자 R&D 비용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왔다.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군살 빼기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조선업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고 업체마다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각 사들이 연구개발 비용이나 인건비 등 고정비 비용을 대폭 줄여왔다”며 “조선업이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R&D비용 축소와 인건비 감축에 따른 핵심 인력 이탈 등이 가속화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례로 지난 9월 KDB산업은행의 ‘한·중·일 조선산업 경쟁력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일본은 99, 중국은 88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5.2년에 불과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조선산업을 10대 중점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크루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조선사들의 품질상 한계가 들어나고 있는데다 자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축소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이지만 자국의 1·2위 조선사의 합병을 승인하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카타르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세계 최대급 LNG선(사진=삼성중공업)

국내 조선3사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올해를 기점으로 R&D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경기도 성남에 오는 2022년까지 그룹 통합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한다. R&D센터는 그룹의 제품개발 관련 기초연구를 포함, 통합 R&D를 수행하고 미래 신사업을 창출하는 신기술 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진다. 

약 3500억원이 투입돼며 연면적 약 16만5300㎡(5만평) 규모에 그룹에 속한 7개 계열사의 5000명 규모의 연구인력을 확보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한영석·가삼현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기술경쟁 시대 속에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다”며 “LNG연료 추진선과 가스 엔진 등 친환경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해 당분간 R&D분야에의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서울대 시흥R&D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박 및 미래해양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시흥 센터에서는 LNG운반선 기술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중점적으로 연구될 예정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LNG운반선 기술력 가운데 천연가스 재액화장치, 천연가스 연료공급시스템, LNG운반선 화물창 개발 등 천연가스 및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올해 초 열린 시무식에 참석해 LNG운반선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개발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란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도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스마트십 개발을 포함해 미래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기술과 제품군을 하루 빨리 선보여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또한 R&D 투자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친환경 도료를 세계 최초로 상선에 적용하고 공기윤활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선에 적용하는 등 유독 ‘세계 최초’ 타이틀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성향이 큰 연구인력 유출의 방지를 위해 지난 2014년 판교에 대규모 R&D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각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신년사에서 “어느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원가경쟁력 확보와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연구소에서는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스마트 선박과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