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나비효과…정유4사 일제히 적자전환
미국發 나비효과…정유4사 일제히 적자전환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9.02.07 0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4분기 이후 4년만에 대규모 적자
WTI 가격하락에…美, 생산가동률 극대화
4분기 정제마진 2.8달러 수준…언제 반등하나?
 

4년 만에 찾아온 '어닝쇼크'…원인은?

국내 정유4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로 전환하며 '어닝쇼크'를 맞았다. 정유업계가 이 같은 대규모 적자를 겪은 것은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실적악화의 1차적인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미국발(發) 공급증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지난주 발표한 경영실적에서 2018년 4분기 영업적자 27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석유사업에서 5540억원 적자가 발생한 탓이었다. 이 같은 실적부진은 그 외 정유사도 마찬가지였다. 4분기 GS칼텍스는 2670억원, S-OIL은 2924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7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분기 유가급락으로 인해 재고자산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동시에 정제마진 감소로 인해 수익성 자체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재고자산평가는 원유수입가격 대비 현재 재고의 가치를 평가해 회계시점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 초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연말엔 50달러 수준까지 급격하게 하락했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4분기 내내 비싸게 사들여와 싸게 판매하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재고자산평가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재고자산평가 손익은 제로섬(zero-sum)과 같다. 국제유가는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만해도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상승으로 인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실적호조…이면엔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결국 중요한 것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지표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가격에서 원유수입가격과 정제비용 등을 뺀 마진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배럴당 3.2달러 선에서 4분기 2.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석유제품 수요가 견조할 경우, 정유사 수익성은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제마진이 감소한다는 것은 석유제품 수요·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發 공급증가…언제 해소되나

4분기 정제마진 감소는 '공급증가'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발(發) 휘발유 공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된 배경으로 손꼽힌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4분기에 특히 휘발유 마진이 악화됐다"며 "미국 원유가격의 지표인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석유제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자 미국 내에선 가동률이 90% 후반대까지 치솟으며 휘발유 생산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석유제품 가운데 50% 이상이 휘발유다.

미국은 세계에서 휘발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전세계 휘발유 소비량 가운데 20% 가량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석유제품 소비국가 미국에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수출까지 늘자 세계적인 초과공급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초과공급으로 인해 석유제품가격이 하락해 정제마진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4분기 정유사 수익악화의 원인이 단순한 유가하락이 아닌 글로벌 공급증가 때문이라는 점은 앞으로 정유사들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다소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공급이 줄든지, 수요가 늘어야 정제마진이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팀장은 "다행히 북미지역 정기보수가 1분기 중에 있어 가동률이 줄어드는 등 공급감소는 이미 진행 중이고, 중국도 수출쿼터를 줄이고 있다"며 "수요도 드라이빙 시즌인 2분기에 높아지기에 빠르면 이번 1분기, 그렇지 않으면 2분기에는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