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매우 안좋다" 조재범 잡은 심석희의 메모
"기분이 매우 안좋다" 조재범 잡은 심석희의 메모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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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에 대한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오는 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경찰이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는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가 피해 심정을 기록해놓은 메모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경찰은 지난해 12월 심 선수의 고소장을 접수한 지 50여일 만에 이 같은 결과를 내놓기까지 수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성범죄 특성상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어려운 데다, 조 전 코치가 2차례에 걸친 피의자 조사에서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뒤집기 위해 심 선수는 4차례에 걸친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기록한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메모에는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모두 담긴 것은 물론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심 선수가 피해를 봤을 당시 심정에 대한 표현도 담겨있었다.

이후 경찰은 심 선수의 메모를 빙상연맹의 경기 일정표 등과 비교해보며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실제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경찰은 조 전 코치가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심 선수에게 범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심 선수의 진술도 경찰의 판단에 주요한 영향을 줬다.

구체적인 반박 없이 "성폭행은 없었다"는 주장만 반복한 조 전 코치와 달리 심 선수는 자신의 메모를 참고해 경찰 조사에서도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조 전 코치의 진술보다 심 선수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조 전 코치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조 전 코치가 자신의 범행과 관련한 대화를 심 선수와 나눈 정황까지 더해지면서 경찰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 복원된 대화 내용 등 여러 증거가 조 전 코치가 성폭행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어 혐의 입증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