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를 맞이하는 설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이다. 연휴동안 가족과 친지를 만난 자리에서 각종 사회이슈에 대한 논쟁들이 벌어졌다. 여러 가지 화재 중에 가장 뜨거웠던 것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관련한 사법개혁 문제였다.
김경수 도지사의 1심 판결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여야 간의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여권은 이번 판결을 놓고 ‘보복판결’ ‘사법농단’으로 규정했고, 야권에서는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대통령 흔들기로 이어가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논쟁이 격화되면서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의 논리에 따라 국민들도 편 가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김 도지사의 1심 판결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특히 1심 판결 자체를 ‘사법농단’으로 규정하고 이 재판부를 구성한 법관의 탄핵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개별재판에서 법관의 판단만을 근거로 ‘탄핵’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이며 이런 관점은 사법농단에 대한 탄핵 요구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이 원하는 사법개혁은 이미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을 단죄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적폐세력을 추출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를 만드는 데에 있다. 김 도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한 논쟁으로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적폐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동안 왜곡된 프레임의 재생산이 이어졌다. 여당은 김 도지사의 법정구속은 과했다면서 사법부 자체를 적폐세력으로 삼는 듯 한 과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야당은 이를 기회삼아 삼권분립마저 부정한다는 주장을 증폭시켰다. 정치권의 이런 행태는 결국 ‘정치 불신’과 ‘국회 불신’을 자초하는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 뻔하다.
정치권은 재판을 정치 쟁점화하기보다는 위법성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사법부를 존중하고 신뢰를 실어줘야 한다. 그래야 사법개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판결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을 멈추고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등 민생·개혁 법안처리에 나서는 것이 ‘본분’인 것이다.
정치권의 질책이 없더라도 사법부는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이후 국민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관이 ‘재판거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법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을 겪었다. 김명수 사법부도 뼈저린 자기반성과 함께 스스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민주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와 법원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