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정관변경 추진…한진 “경영활동 위축 우려”
국민연금, 정관변경 추진…한진 “경영활동 위축 우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2.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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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겨냥한 정관변경…한진 “법 절차 따라 이사회서 논의 할 것”
긴장의 끈 놓지 못하는 KCGI의 행보…주총서 KCGI 제안 찬성 여부 관건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대한항공노동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대한항공노동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결정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경영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정관변경에 대한 제안에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1일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오전 4시간이 넘는 긴 회의를 한 결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범위 안에서 주주권 행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운용위가 결정한 한진칼에 대한 제한적 범위의 주주권 행사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해임 등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운용위는 주주제안을 통해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운용위가 추진하는 정관변경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 혐의로 죄가 확정되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 됐을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이는 조 회장을 겨냥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조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해 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진그룹이 아직 긴장을 끈을 놓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행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KCGI의 움직임과 소액주주들의 동향을 살피면서 오는 다음달 주주총회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지난달 31일 한진칼에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다.

KCGI는 이 같은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에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 사외이사에 조재호 서울대 교수, 김영민 변호사를 추천했다. 다음달 임기를 마치는 조현덕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등 현재 한진칼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들은 조 회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연금이 기존 이사 퇴진 등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로 하면서 KCGI가 내세우는 적극적 경영참여에 동조할 가능성 낮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KCGI가 제안한 내용이 주총에서 표결에 부쳐질 경우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비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는 최대한 행사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