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밥상에 올라올 술 안주거리는 무척이나 풍성하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구상’, 김경수 지사의 ‘드루킹 사건’등 정치이슈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손석희 대표 ‘협박 vs 폭행’, 드라마 ‘SKY캐슬’, 카카오 카풀 ‘택시문제’, ‘빚투·미투’에 이르기까지 정치, 사회, 교육, 노동, 연예, 경제 전 분야에서 워낙 큰 이슈들이 많다.
또 북핵문제, 북미 2차 정상회담, 남북교류, 일본 ‘초계기 문제’ 등 외교·안보·통일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설날 모처럼 만난 부모형제, 친지, 친구들과 열거한 문제들에 대해 가볍게 시작했다가 이견이 생기면 분명히 한 두 번씩은 다투게 될 것이다. 사회는 여론에 따라 분위기를 쉽게 탄다. 그래서 설날 밥상여론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도 될 정도로 가볍지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부정적 이슈들이 만들어 내는 갈등이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집단인 가족 내에서조차 생길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우리 사회가 어딘가 삐걱거린다는데 있다. 사회문제에서 갈등요인은 결국 민초들의 생계와 연관된 경우가 많은만큼 기본구성원 간의 갈등은 곧 전체의 갈등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도 무방하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여론의 형성은 사회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이슈들이 주는 불안정한 현실과 괴리감을 자기 가족사에 대비해 설날 밥상머리에서 자칫 가족 간 분란의 씨앗을 맺어서는 안 되겠다. 안주거리로 씹을 때 씹더라도 감정상하거나 싸우지는 말자.
그보다는 가족 간 갈등과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현명한 명절이 됐으면 한다.
명절 밥상머리에서는 사회적 이슈들 뿐 아니라 저마다의 가족문제로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곤 한다. 명절 전후로 간혹 듣게 되는 존속 간 강력범죄 사건을 보면 가족끼리 생긴 갈등이 발단이 돼 안타까운 결과로 나타난다. 차라리 명절을 쇠지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가족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보니, 이슈들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다 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의 감정이입으로 가족 간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이로인해 격앙되는 구성원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이른바 ‘노노(老老)사회’에 접어든 현실은 중년들의 형제 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내리사랑이라고 현재 노인이 된 부모세대에서는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내준 반면 자식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것이 부모자식 간, 형제 간 갈등이 되는 것이다. 또 각자의 인생에서 편애나 교육차이, 소득차이, 자녀진학 등으로 생기는 ‘기움’ 현상은 항상 명절날 폭탄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친인척들까지 합세해 편 가르기가 되고 ‘감 놔라 배 놔라’가 더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적어도 명절은 가족이 화목해 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가부장적 명절풍속도 이제는 좀 내려놓을 때가 됐으니, 시댁 갑질도 슬기롭게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오는 설날은 가족 간 서로 현재와 미래의 희망을 덕담으로 나누면서 어려움에 처한 구성원이 있다면 가족의 배려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연로한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고 부양의 의무를 다함께 짊어질 건설적인 대화들이 오가길 기대한다. 경제적 여건을 떠나서 은퇴한 부모는 사회생활의 단절과 여기저기 오는 건강의 이상신호로 육체적·정신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다.
먼저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알뜰히 살피는 설날이 되길 바라며 자녀들의 학원 이야기로 열 올리기 이전에, 봄철 미세먼지 대비해 부모님 댁에 공기청정기라도 한 대 놔드리는 설날 되시라.
적어도 명절 밥상머리에서 서로 감정상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고재태 신아 C&P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