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현대차 ‘기회’이자 ‘도전’
‘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현대차 ‘기회’이자 ‘도전’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1.31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존 완성차 대비 절반 수준 임금…2002년 이후 경차 시장 재진입
노조 달래기는 여전…확실치 않은 시장 개척 부담도 동반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손을 맞잡은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사진 가운데),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오른쪽),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부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손을 맞잡은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사진 가운데),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오른쪽),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부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마침내 타결되면서 현대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강화와 노동조합의 파업 명분 제공이라는 득과 실을 안게 됐다.

31일 현대차에 따르면 광주시가 제안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합의하고 시와 1차 투자 협약을 맺었다.

투자 협약에 따르면 현대차는 총 자본금 7000억원 규모로 설립되는 신설 법인에 약 530억원 출자해 19%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로 참여한다. 현대차는 향후 광주공장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지만 주요 주주로서 제품 위탁생산과 경영진 인선 등에 관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광주공장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경차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광주공장에서 SUV 형태의 차량을 생산하지만 1000cc 미만일 것이라 설명했다. 계획대로면 현대차는 경형에서 대형에 이르는 SUV 풀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의 경차 라인업은 지난 2002년 ‘아토스’ 생산 중단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일선 영업 현장에서 경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경차 개발을 검토했지만 국내 공장 생산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무산됐다. 단가 자체가 낮아 수익성이 높지 않은데 고임금 구조인 기존 공장에서 생산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협의된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 임금이 경차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신설법인 전체 근로자의 평균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 근무 기준 35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노사 관계는 고질적인 파업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노조는 30일 광주형 일자리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확대간부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파업을 이어간다면 생산 차질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추가적인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 경형 SUV의 시장성이 확실치는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차 시장 수요 확장 한계를 지적하면서 수요에 맞춘 생산이 아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공급이 과잉된 상황인 만큼 경형 SUV의 수요가 계속 확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현대차 울산공장도 연간 10만대 규모의 소형 SUV를 생산하는 만큼 국내 경차 시장 16만대 규모를 생각하면 수요를 넘어선 생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