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설맞이] 치킨집의 몰락…“우린 목숨 걸고 하는 일” 
[우울한 설맞이] 치킨집의 몰락…“우린 목숨 걸고 하는 일”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9.01.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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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대행수수료 부담돼 직접 배달 나선 치킨집 사장
다수가 생계형 자영업자…월수익 직장인 평균 월급보다↓ 
원재료·마케팅비 느는데 프랜차이즈 본사 유통마진 독점
(사진=김견희 기자)
(사진=김견희 기자)

설 대목을 앞둔 극장가에는 영화 ‘극한직업’이 흥행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현주소와 꽤 많이 닮아서일까. 치킨집 사장으로 분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 경찰 아니고 치킨집 아저씨다. 소상공인들이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고!”

이 형사는 마약반을 소탕하기 위해 위장 창업을 했지만 현실 소상공인들은 실제 생계형 종사자들로 대부분 가족 장사를 한다. 정말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

자영업 종사자 중 가장 많은 업종이 치킨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약 10만6003개(2016년 기준)이며, 그 중 치킨이 2만4453개로 23%를 차지할 정도로 자영업 비중이 높다. 치킨집 불황이 자영업 전반의 위기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만난 치킨 배달원도 목숨을 걸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배달원은 알고 보니 영등포구 일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가게 사장님이었다. 그는 한손에 손님에게 배달할 치킨을 들고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고 왜 직접 하냐고 물으니 “인건비와 치킨 식자재 값을 빼면 남는 게 없어서 배달원을 고용할 수가 없다”며 “배달대행업체 수수료도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죽전점에 위치한 한 치킨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치킨과 주류를 먹고 갈 수 있는 홀이 크게 마련된 매장이었는데 2시간 동안 몇 통의 온라인 배달주문만 들어올 뿐 실제 매장을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가게주인(남·58)에게 월수입이 대략 얼마정도 되냐고 묻자 “편차가 아주 심하다”며 “직장인 평균 월급에 조금 못 미친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창업 초기 비용에 비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정말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영업자들이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도한 매장 수 증가로 경쟁이 심화된 것도 이유지만 식자재 유통마진을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더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본사가 물류에 대한 상품 공급 독점권을 가지면서 가맹점이 실질적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경우 유통업체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미국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료만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아울러 자재 등 원재료비와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까지 올라 자영업자에게는 직격탄이 됐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0.8% 오른 8350원으로 인상되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주휴수당까지 합하면 1만30원에 이른다. 여기에 배달앱을 활용한 마케팅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치킨집 가맹점당 매출액은 주요 비교대상 업종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이다. 2017년 기준 연평균 1억4950만원으로 편의점 연 매출액(4억8730만원)의 3분의 1도 안 된다. 

이처럼 치킨집의 씁쓸한 자화상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아직 요원하다. 점포당 수익성을 보장 받으려면 수익구조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폐업자가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90만 명을 넘었다”며 “하루 기준 2500여개 점포가 문을 닫은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포장재 등 일상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을 필수 구매품에서 제외시키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김견희 기자

pek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