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이 되는 23개 사업에 24조1000억원을 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규모 토목건설 SOC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계획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정부가 국민 혈세가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카드를 꺼내들자 예비타당성조사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생활SOC사업을 확충하겠다던 정부의 기존 정책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원칙이다. 정부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건설사업의 장기적인 경제성이나 타당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경기부양만을 목표로 조사를 면제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혈세낭비를 되풀이 할 우려가 크다. 당시 4대강이나 경인운하 사업도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며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매년 수백억 원의 유지관리비까지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정부는 에비타당성조사 면제 이유로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심성 예산으로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불러왔다.
지역균형발전은 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지방산업의 전략적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재정을 투자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토목·건설사업에 과도하게 국민혈세를 쏟아 붓는 정책을 택했다. 4대강 사업의 실패를 보고도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일자리를 만들지도 못했고 일부 건설사와 토건업자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2016년 한국의 건설투자 비중은 GDP 대비 15% 수준으로 OECD 평균 10%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 건설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고 최소한의 경제성 검토 과정인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해 주는 결정을 한 것이다.
지역균형발전과 경기부양을 위한 선택이라면 당초 약속처럼 생활SOC 확충에 한해 재정투입을 했어야 한다. 저소득층의 빈곤과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목·건설사업 보다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아파트와 안정적 보육서비스를 위한 국공립어린이집, 공공 요양시설 등을 확충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했어야 한다. 이런 사업들이야말로 대기업이 대규모 기계, 장비를 동원하는 토목·건설 SOC와 달리 일자리 확대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일감이 돌아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대규모 SOC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을 면제 방침을 철회하고 정부의 재정 운영 기조와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