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파헤치기] 늙어가는 철도…30년 넘은 교량·터널 40% 육박
[철도안전 파헤치기] 늙어가는 철도…30년 넘은 교량·터널 40% 육박
  • 황보준엽 기자
  • 승인 2019.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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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0%까지 낮추겠다지만 예산 턱없이 부족
전문가 "안전 위해 신규건설보다 시설 개량 중요"
무궁화호 열차가 교량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코레일)
무궁화호 열차가 교량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코레일)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철도전성시대에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고속열차가 누비며 1일 생활권으로 묶은 것은 이미 옛일이고, 그 속도를 높여 반나절 생활권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갈라진 한민족을 다시 이어붙일 남북철도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뻗어나갈 한국 철도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다만, 이 모든 철도의 미래는 '안전'이라는 필수조건을 전제로 한다. 한국 철도는 과연 정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철도운행 현장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정책적 대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철도의 구석구석을 촘촘히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국내 철도 교량 및 터널 중 건설된 지 30년이 넘은 구조물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이 비율을 2022년까지 2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의 철도 인프라 예산 자체가 신규 건설쪽에 집중되면서 기존 시설 노후율 개선 목표는 빈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규 건설을 늘리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개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31일 신아일보가 국토교통부의 '2018~2022 중장기 철도시설 개량투자계획'을 분석한 결과, 교량 및 터널 등 철도 구조물 중 준공 후 30년을 넘긴 노후시설 비율이 지난 2017년 기준 38.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준공 연한 별 철도 구조물 수는 △0~10년 1453개 △10~20년 782개 △21~30년 261개 △31~40년 407개 △41~50년 179개 △50년 이상 984개로 50년이 넘은 시설도 상당 수였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2017년2월 중장기 철도시설 개량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22년까지 시설개량에 총 4조9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노후 기반시설과 건축물, 노후노선을 집중 개량해 시설 노후율을 20%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량·터널 등 구조물 노후 현황(2017년 기준).(자료=국토부)
교량·터널 등 구조물 노후 현황(2017년 기준).(자료=국토부)

하지만 이 같은 목표는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예산 책정으로 인해 빈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획대로라면 시설 개량 예산이 매년 9800억원씩 필요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예산은 각각 6501억원과 7103억원에 그쳤다. 국토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안 자체도 지난해와 올해 각각 9070억원과 9501억원으로, 연 평균 필요 금액보다 적었다.

부족분을 메우려면 내년부터 3년간은 매해 1조18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추세에 비춰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전문가들은 철도 안전을 고려한다면 신규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노후 시설을 제대로 개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예산투입을 하더라도 노후율은 앞선 상황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지금은 신규 건설 보다 기존 시설을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 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도 인프라 예산은 여전히 신규 건설에 편중돼 있다. 올해 철도건설 예산 대비 시설 개량 예산은 21.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가 시설 개량에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오는 사이 우리나라 철도 시설은 계속 낡아가고 있다. 식품으로 따지면 유통기한과 같은 내구연한을 넘긴 통신·신호설비 비율이 지난 2013년 30% 수준에서 2017년 41.3%로 크게 늘었다.

임남형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신규 건설 예산보다 오히려 개량·유지보수 예산을 높여야 한다"며 "신규 건설을 우선시하는 흐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후시설이 철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작 국토부는 지금 수준에서 만족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장기 시설개량 계획에 담긴 만큼의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서도 "이 정도로도 시설개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bjy@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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