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브렉시트 연기안 부결…재협상 요구키로
英 하원, 브렉시트 연기안 부결…재협상 요구키로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1.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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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안전장치는 탈퇴협정 일부…재협상 불가능”
브렉시트 계획 관련 표결을 진행 중인 영국 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브렉시트 계획 관련 표결을 진행 중인 영국 하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 연기 없이 유럽연합(EU)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특히 브렉시트의 걸림돌인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대안을 추진하고,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는 피하기로 한 점이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밤 영국의 EU 탈퇴를 놓고 7개의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 가운데 2건이 가결됐고 5건이 부결됐다.

앞서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킨 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여러 수정안을 내놨다. 메이 총리와 각 당에서 제출해 이날 표결에 부쳐진 7개의 수정안은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발언권 확대, ‘안전장치’ 관련 EU와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것으로, 7개 수정안 중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잔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표결 결과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안은 찬성표가 317표, 반대표가 301표로 하원을 통과했다.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도록 하는 안은 찬성 318표, 반대 310표로 극적 통과됐다. 단, 수정안이 통과됐어도 의회가 정부에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못한다.

이 밖에 5개 수정안을 모두 부결시킨 하원은 ‘노딜’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 대안 협정을 포함한 재협상을 추진하되 예정된 브렉시트를 연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7개 수정안에 대한 표결 직후 “의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밝혔다”며 “‘안전장치’에 변화가 가해지고 노동권 등에 대한 확약이 있다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회가 ‘노딜’을 배제키로 한 만큼 이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만나 합의안 통과를 위한 방안을 놓고 계속 협의하겠다”고 덧붙이며 그동안 대화 참여를 거부해 온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했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와 ‘노딜’ 배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답한 뒤 “메이 총리에게 일자리와 삶의 수준, 노동자의 권리 등을 보호하는 브렉시트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하원 표결 이후 EU와 회원국 일부는 즉각 재협상 불가 방침을 선언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영국 의회가 ‘노딜’을 피하려는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기존의) 탈퇴 협정은 EU로부터 영국의 순조로운 탈퇴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이며 유일한 방안”이라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는 영국의 EU 탈퇴협정의 일부”라며 “재협상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탈퇴협정과 ‘안전장치’는 영국 정부와 (나머지 EU 회원국) 27개국 공동으로 채택된 것”이라며 “EU는 재협상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