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치료보단 존엄한 죽음을…'존엄사법' 도입 1년
무의미한 치료보단 존엄한 죽음을…'존엄사법' 도입 1년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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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중단 3만5천명 돌파 '급증'…67.7%는 가족의사
연명치료중단 조건 완화…가족동의 축소·중단시술 확대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존엄한 죽음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2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존엄사법'이 도입된 지 1년여만의 일이다.

3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해 2월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연명의료는 치료를 해도 죽음을 막을 수 없음에도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이 법은 법률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연명의료를 유보나 중단의 방법으로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로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가 회복 불능 판정을 한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본인의 중단 의사에 따라 작성된다.

지난 28일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5431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남자 2만1291명, 여자 1만4140명이다.

법안이 시행된 후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6개월 당시에는 1만4787명만 연명의료를 중단 혹은 유보했다.

특히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1만1255명·31.8%)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1만1255명·31.8%)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는 아직은 미처 연명의료 계획서 등을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가 많은 탓에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부닥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83명(0.8%)으로 미미했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 환자 중에서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만6065명(남자 1만97명, 여자 5968명)이었다.

앞으로도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제도를 합리적으로 손질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3월28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했다.

또 앞으로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훨씬 확대된다.

현재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존 기간만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체외생명유지술(ECLS.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무의미한 생명만 연장할 뿐인 의학적 시술도 중단할 수 있게 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