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름에도, 겨울에도…기승전 '탈원전' 탓
[기자수첩] 여름에도, 겨울에도…기승전 '탈원전' 탓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9.01.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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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에 왜 우리 회사가 언급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관계도 안 맞는데."

대기업 계열사의 한 홍보담당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 같은 토로를 했다. 골자는 모 언론사에서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특정 기업의 사례를 무리하게 연관 지어 기사화 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해명에 나섰지만 기사 수정 요청은 결국 거부당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미세먼지가 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자 일각에서는 '탈원전'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발전량이 줄어드니 원전 다음으로 발전단가가 싼 석탄화력 발전량이 늘어 전국 미세먼지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유사한 논리가 지난여름에도 불거진 바 있다.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초여름부터 전력수요는 급증했고 이런 상황을 미처 예상치 못해 공급예비력은 뚝뚝 떨어졌다. 당시에도 비난의 화살은 탈원전을 향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발전량이 줄어드니 전력수요 증가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원전 발전량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엄밀히 말해서 사실과 다르다. 탈원전 정책은 기존 원전을 사용 연장 없이 장기적으로 자연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현재 사용 중인 원전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 발전량이 줄어든 까닭은 원전정비일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6년 원전 예방정비 과정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격납건물 내부 철판은 방사선 누출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부식으로 인해 두께가 얇아진 것이다. 이로인해 당시부터 원전정비일수가 늘었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 비중은 2016년 2분기 33.6%에서 3분기 29.6%, 4분기 25.4% 등으로 이미 같은 해부터 떨어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시기와 맞물리며 '탈원전' 때문에 원전 비중이 줄어든 모양새가 됐다.

탈원전, 다시 말해 에너지전환 정책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인 색깔을 띠며 아전인수격 논리가 팽배한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에너지전환 정책이 현 정부의 상징과도 같게 되었지만, 이는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에너지수급과 연관 산업에 집중해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홍보담당 직원은 "요즘 언론 트렌드가 탈원전 비난으로 가나봐요?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왜 엮여서…" 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언론의 문제제기가 '트렌드'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그 만큼 합리적인 비판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기승전 '탈원전' 탓은 대체 언제까지 반복될 셈인가.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