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파헤치기] 나사 빠진 통합론…"안전의식부터 조여야"
[철도안전 파헤치기] 나사 빠진 통합론…"안전의식부터 조여야"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30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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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사고에 또 '업무·운영 분리' 탓
철피아 문화·솜방망이 처벌은 그대로
지난해 10월24일 대전시 동구 철도공동사옥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왼쪽부터)권태명 SR 대표이사와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지난해 10월24일 대전시 동구 철도공동사옥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왼쪽부터)권태명 SR 대표이사와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 모습.(사진=김재환 기자)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철도전성시대에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고속열차가 누비며 1일 생활권으로 묶은 것은 이미 옛일이고, 그 속도를 높여 반나절 생활권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갈라진 한민족을 다시 이어붙일 남북철도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뻗어나갈 한국 철도의 미래를 구상 중이다. 다만, 이 모든 철도의 미래는 '안전'이라는 필수조건을 전제로 한다. 한국 철도는 과연 정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뜯어 고쳐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철도운행 현장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정책적 대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철도의 구석구석을 촘촘히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철도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또 다시 철도공단-코레일-SR 통합론이 고개를 들었다. 통합론은 업무 연속성과 효율화 측면에서 힘을 얻고 있는 논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 만연한 '철피아' 문화와 관행처럼 굳어진 솜방망이 처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철도공공기관끼리 어떻게 업무를 나누고 합치든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 "통합하면 정말 안전해?"

30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이르면 오는 3월 KTX 탈선사고 후속조치 일환으로 '철도시설혁신단(가칭)'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는 철도공단(설계·시공)과 코레일(유지보수)로 분리된 철도공공기관 업무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양 기관이 사업 추진과정 단계마다 의무적으로 설계·시공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최근 안전문제로 코레일과 저희가 주고받은 내부 공문을 보면 여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실 이는 두 기관의 업무에 떼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그동안 철도공단으로부터 넘겨받은 완성품(궤도·전기설비 등)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레일 A 관계자는 "주택이나 도로 등 시공사가 하자보수까지 함께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이번 사고(강릉선 KTX 탈선) 같은 경우도 철도공단에서 받은 잘 못 된 설계도면으로 계속 점검해왔으니 점검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발견 못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편으로는 SR이 알짜 고속철도 노선을 운영하면서 코레일의 수익성이 낮아졌고, 이 때문에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인력 및 인프라 확충이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 철도업계에서는 철도공단과 코레일, SR의 통합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코레일과 SR이 통합하고 철도공단이 유지보수 업무만 코레일로부터 넘겨받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대전시 동구 철도공동사옥.(사진=신아일보DB)
대전시 동구 철도공동사옥.(사진=신아일보DB)

◇ 근본 원인은 불합리한 조직문화 

철도 안전 문제를 풀어내는 근본적인 답을 '통합'에서 찾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철도공기업 퇴직자들과 외주 업체 간 유대관계인 '철피아(철도+마피아)' 문화와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실제, 코레일 안팎에서는 안전 문제의 원인을 조직 내 불합리한 관행과 낮은 안전의식에서 찾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코레일 B 관계자는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적발하기 위한 체계와 허술한 유지보수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사고 나기 전 현장의 지적은 안중에도 없이 사후에 운전한 기관사를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윗선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감사실은 지난해 11~12월 진행한 내부 감사를 통해 위규 행위 46건을 무더기로 적발하고 "안전운행 및 직무 사상사고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심각한 위규 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후속 조치는 통보·주의·경고 등 경징계(견책)보다 한 단계 감경된 조치에서 마무리했다.

또, 지난 2016년4월 감사에서는 일부 구간에서 발생한 궤도 틀림 현상을 최장 1년 동안 보수하지 않았지만 권고 수준의 가벼운 조치를 했고, 차륜 결함 655건을 인지하고도 최대 53일간 운행한 건에 대한 처분도 통보·주의에 그쳤다.  

코레일 징계양정기준을 보면 성실의무나 직장이탈금지, 품위유지 위반 등의 사안에서 경과실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해임 또는 정직, 감봉 조치가 가능하다. 

이 밖에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8월까지 징계 조치된 임직원 618명 중 508명이 경징계를 받았다. 

경징계 대상에는 승강장 안전문 개방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터널 내부마감재를 부실하게 시공한 경우,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례도 포함됐다.

한편, 철도공단과 코레일은 지난 2004년 철도청에서 분리됐고, 2013년12월에는 코레일 자회사인 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 SR이 설립됐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코레일과 SR의 통합 적정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jej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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