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파헤치기] 코레일 사장에 주어질 최대 난제 '철피아'
[철도안전 파헤치기] 코레일 사장에 주어질 최대 난제 '철피아'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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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선 KTX 탈선 후 비전문가 부정적 여론 고조
공사 내부선 "전문가, 오히려 조직 개혁 어려워"
지난해 12월8일 강원도 강릉시 운상동에서 탈선한 서울행 KTX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8일 강원도 강릉시 운상동에서 탈선한 서울행 KTX 모습.(사진=연합뉴스)

◇ 전문가 CEO, 독 될 수도

2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 따르면, 코레일 임원추천위원회는 신임 코레일 사장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달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사퇴한 오영식 전 사장의 후임자를 찾기 위한 것으로, 일단 여론은 철도 전문가 사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오 전 사장이 비전문가 정치인 출신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이어진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 탓이다. 

그러나 정작 코레일 내부에서는 반대로 '전문가 부정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흘러나온다. 

퇴직자들이 대거 자회사나 하청업체로 가는 구조로 인해 형성된 '철피아(철도+마피아)'가 전문가 CEO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오랫동안 철도계에 몸담아 온 전문가는 기존 기득권과 여러 형태로 얽혀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관계가 안전 업무 개혁이 절실한 코레일의 체질 개선을 더디게 하거나 아예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코레일 본사 소속 A씨는 "현재 임원들 중에는 수 십 년간 철도업계에 몸담으면서 민간업계나 정부에 얽혀있는 적폐세력이 다소 있는 게 사실"이라며 "새 사장으로는 기득권과 얽혀있지 않고 국회나 정부에 강력한 조직개혁 드라이브를 요청할 수 있는 인물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또,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B씨는 "일례로, 만약 전문가가 와서 하청업체를 줄이겠다고 하면 적폐세력들은 자신의 노후대책이 무너지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겠나?"라며 "철도는 마치 원전과 같이 폐쇄적인 전문 분야기 때문에 모두 밥그릇으로 연결돼 있어 웬만한 사장으로는 개혁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사진=코레일)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사진=코레일)

◇ "차라리 정치인이 나았다"

일각에서는 철피아 세력을 배제하고 현장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려 했던 오 전 사장의 사퇴가 아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기관사 C씨는 "오 전 사장의 경우 기존과는 다르게 현장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흔히 사장보다 권력 있다고 하는 윗선의 탁상행정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현장직원을 참여하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오 전 사장이) 시도했으나 (사퇴로 인해) 흐지부지돼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전 외주화 방지나 인력 증원, 안전·공공성 위주의 경영방침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 국회와 특별한 연이 없는 전문가의 경우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16년5월부터 2017년7월까지 코레일을 이끌었던 홍순만 전 사장의 사례는 전문 지식과 경험만으로 코레일이라는 조직을 통솔하기가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홍 전 사장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고속철도과장과 철도국장을 거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철도 전문가지만, 성과연봉제를 중심으로 한 노사갈등을 풀지 못하면서 역대 최장기간인 74일 철도파업을 겪었다. 

코레일 노동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사장으로 전문가도 있었고 무관한 사람도 있었으나, 전문가라고 해서 꼭 철도 공공성 발전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며 "홍순만 전 사장의 경우 대표적인 철도 전문가였지만 박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노동자들을 대거 탄압하는 등 적폐 공공기관장 10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jej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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