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 민족에게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비폭력으로 독립을 외친 아주 특별한 날이다. 이런 시기에 일본 초계기가 촉발한 한·일간 군사적 긴장 국면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일본 방위성은 오는 4월 예정되어 있던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의 한국 파견 취소를 검토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다음 달 해군 제1함대 사령관의 일본 방문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해상초계기로 유발된 한·일간의 군사적 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본이 갈등을 고조시키는 데에는 이 문제를 국제 문제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다목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강제징용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사법부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우리나라의 국익과 실익, 그리고 자존심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사안이다.
세계 2차대전에 패전한 일본은 1945년 8월15일 육군과 해군, 공군 등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하지만 5년 뒤 우리나라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자국의 치안유지를 이유로 경찰예비대를 창설하고 2년 뒤 보안대로 재편했다가 다시 2년 뒤인 1954년 지금의 자위대로 이름을 바꿨다. 일본은 1947년 시행된 평화헌법에서 국가간의 교전권(交戰權)을 포기하고 어떠한 군사력도 갖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지속적으로 자위대의 전력을 확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는 헌법을 바꿔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명시하며 군사대국으로의 도약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현재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 항공자위대 등 3개의 자위대를 운영하며 아시아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은 걸프전이 터진 1991년 페르시아만에 자위대를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해외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3월에는 자위대 해외활동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효하며 제국주의 부활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은 일본에 침략을 이미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주장을 주변 어느 국가 하나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침략을 당했던 아픈 기억과 고통이 아직 선명하기 때문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고 일제의 악랄함과 치밀함을 이미 경험한 국가들은 그들의 말을 도저히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 일본이 진정한 지구촌의 리더로 부상하려면 떳떳하지 못한 역사에 대한 사과와 단절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같은 전범국가지만 독일의 행보는 존경받을 만하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력만을 앞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일제의 총·칼 앞에 목숨을 초개같이 던지며 분연히 일어섰던 선조들의 넋과 정신을 다시 되새겨볼 때다.
[신아일보]